아인혼 "실망스러워도 협상 결렬과 비교하면 긍정적 대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하되 북미 협상 진전을 위해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일정 수준의 '핵 동결'에 먼저 합의하는 잠정적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18일 통일연구원이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에서 개최한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평가: 성과와 과제' 국제학술회의에서 "잠정적 합의가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협상 결렬 후 전개될 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긍정적인 대안"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아인혼 전 특보는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고 진전 국면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완전한 비핵화의 시한과 방식에 관한 합의는 뒤로 미루고, 일정한 동결 수준의 단기적 목표 합의에 우선 집중하는 협상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단기 합의는 최종 목표가 아닌 시작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나타낼 수 있도록 '잠정적 합의'로 명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합의의 범위는 생화학 무기는 제외하고 북한 핵과 미사일 역량으로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정적 합의는 북한 전 지역에서 핵분열 물질 실험·수출·생산 중단을 주요 내용으로 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사정권에 둔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도 일부 금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만 해체하겠다고 한 북한이 그 밖의 미신고 시설에서 진행되는 핵 활동 금지에 반발할 것이라며 영변 핵시설 해체를 시작함과 동시에 북한 전역의 핵 활동 금지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제안했다.

북한에 제시할 인센티브로는 종전 선언,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 축소, 대북 추가 제재 방지 약속, 인도주의 지원,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등 남북 경협에 대한 제재 예외 허용, 일부 유엔 제재 중단 등을 제시했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이 핵동결 합의로 북한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일 경우 북한과 중국의 고리를 끊어 미중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며 핵동결이 미국에도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대미 억제력을 위해 일부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북한도 핵동결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레온 시걸 사회과학연구회(SSRC) 동북아협력안보국장은 "평화 프로세스와 관계 정상화, 제재 완화는 북한이 오랫동안 비핵화에 대한 대가로 요구했던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를 구현하는 세 가지 조치에 불과하다"며 "김정은은 더 광범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걸 국장은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측 교섭 담당자들에게 북한도 한미 동맹과 같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원하고 있고, 심지어는 '핵우산'이 포함된 동맹을 원한다고 말했다"면서 "미국은 아직 북한에 그러한 대가를 제안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 정의 미루고 핵동결 '잠정 합의' 추진해야"(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