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회의서 언급 "튼튼한 한미동맹 기초해 허심탄회하게 의견 나눌 것""내주 유엔총회, 국제사회의 한반도평화 적극 협력 계기되도록 노력""곧 북미실무대화 재개…남북미정상 의지는 평화프로세스 진전시키는 힘"문재인 대통령은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대화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이같이 언급하고 "튼튼한 한미동맹에 기초해 한미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한단계 더 발전시켜 나갈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지혜를 모을 계기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오는 22∼26일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고 유엔총회 연설을 한다.문 대통령의 언급은 이번 방미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북미대화를 추동하기 위한 한미정상회담에 최대한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아울러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선언으로 불거진 한미 간 불협화음을 봉합하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미군기지 조기반환 문제 등 한미 현안을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겠다는 의중을 비친 것으로도 풀이된다.문 대통령은 "저는 다음 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한다"며 "이번 유엔 총회가 함께 만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그러면서 "한반도 평화는 우리만의 과제가 아니라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를 해체하는 세계사적 과제"라며 "국제사회가 함께할 때 한반도 평화는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어 "일관성은 외교·안보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며 "평화·번영의 새로운 한반도 질서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정부는 이를 위해 흔들림 없이 매진해왔고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2018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전쟁 위험이 가장 높았던 한반도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며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2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고 남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문 대통령은 "모두 유례없는 일이고 세계사적 사건"이라며 "지금도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곧 북미 실무대화가 재개될 것이며, 남북미 정상 간 변함없는 신뢰와 평화에 대한 의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특히 "정부는 그 역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평화경제로 공동 번영의 미래를 당당하게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북핵 협상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마지막 네오콘(신보수)’ ‘슈퍼 매파(초강경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 경질이 미국의 협상 전략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트럼프 “볼턴과 의견 많이 달랐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지난밤 볼턴에게 백악관에서 더 일할 필요가 없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부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 나는 그의 많은 제안에 강력하게 의견을 달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볼턴에게 사직서를 요구했다”며 그 사직서가 오전에 자신에게 전달됐다고 했다. 외교안보 정책 이견이 경질 배경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볼턴의 빈자리는 일단 찰스 쿠퍼먼 국가안보 부보좌관이 맡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새로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의 경질은 지난해 4월 취임 후 1년5개월 만이다. 볼턴 경질은 백악관 참모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알았을 만큼 예상 밖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볼턴은 그동안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 주요 대외정책에서 초강경 노선을 고수해왔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수차례 이견을 노출하며 경질설에 휘말렸었다. 지난 5월 말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볼턴 보좌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작은 무기들이다. 개의치 않는다”고 공개 반박한 게 대표적이다. 볼턴 보좌관은 6월 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 수행 때도 배제됐다.워싱턴포스트(WP)는 “(볼턴 경질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강력한 적수이던 폼페이오에 대한 볼턴의 승리(탈레반 지도자들과의 비밀회동 취소) 이후 곧바로 이뤄졌다”며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 ‘권력 다툼’으로 해석했다.볼턴은 이날 WP에 문자를 보내 “분명히 해두자”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경질한 게 아니라) 내가 사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의 유일한 염려는 미국의 국가안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한국 정부, 미·북 협상 영향 촉각한국 정부는 볼턴 보좌관의 경질이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에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볼턴은 2월 말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때 ‘빅딜’(포괄적 일괄 타결식 북핵 해법) 전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전엔 북한이 반발해온 ‘리비아 모델’(선 핵폐기, 후 보상)을 주장하며 북한을 압박하기도 했다.북한은 지난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9월 하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북 강경파인 볼턴의 경질이 빅딜 전략 폐기 또는 수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전문가들은 볼턴 보좌관 경질에 대해 “미국의 대북정책 노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의 발언권이 오래전부터 약화돼 미·북 대화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청와대는 일단 말을 아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 경질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얘기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에 볼턴 보좌관의 역할이 크지는 않았다고 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온건파로 알려진 폼페이오 장관이 되레 대북 협상에 대해 정부 내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며 “볼턴 보좌관 경질 소식에 북한이 반색할 수는 있지만 협상이 급격히 진전될 것이란 관측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볼턴은 이미 수개월 동안 백악관 내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폼페이오 장관도 이날 백악관 브리핑 도중 “세계의 어떤 지도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떠난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추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볼턴의 사임을 몰랐느냐’는 질문엔 “전혀 놀라지 않았다”며 웃어넘겼다.북한은 그동안 볼턴을 향해 원색적 막말을 퍼부으면서 거부감을 보여왔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4월 볼턴에 대해 “멍청해 보인다”고 말했다. 5월에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볼턴을 겨냥해 “하루빨리 꺼져야 한다”고 비난했다.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강경 노선을 고수하던 볼턴이 백악관 외교안보 라인에서 빠진 건 우리로선 긍정적 요인”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실무협상, 남북한 간 관계 개선 등에 좀 더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 같다”고 말했다.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미아 기자 hohoboy@hankyung.com
북한이 미국에 이달 하순 대화 재개를 제의하며 ‘새로운 계산법’을 다시 강조했다.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보장하고, 유엔 대북제재를 풀어달라는 기존의 주장을 더욱 세게 밀고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지난 2월 말 ‘하노이 회담’ 결렬을 교훈 삼아 전격적으로 핵사찰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北, 핵사찰 수용 가능성 제기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9일 밤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측이 조·미(북·미) 쌍방의 이해 관계에 다같이 부응하며 우리에게 접수 가능한 계산법에 기초한 대안을 가지고 나올 것이라고 믿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을 거론한 것이다. 당시 김정은은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시한을 정했다. 또 “미국이 지금의 정치적 계산법을 고집한다면 문제 해결의 전망은 어두울 것이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전문가들은 북한이 내세우는 ‘새로운 계산법’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라고 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정식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나라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뿐이다. 그 외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비공식 인정되는 국가는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미국에 조건으로 내세웠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테이블을 박차고 나온 뒤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추가 시설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이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전격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아들이거나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다시 가입하는 대신 핵 동결부터 하자는 ‘통 큰 전략’을 내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정도 조건은 제시해야 미국과의 협상에서 대북제재를 풀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미·북 실무회담 장기전 예상미·북 실무협상이 이달 중 열릴 것으로 기정사실화되면서 양측이 언제 어디서 만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 국무부는 9일(현지시간) “이 시점에 발표할 어떤 만남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지만, 실무협상 개최 자체를 부인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북이 “만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측에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북한에선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각각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명길은 하노이 회담 때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의 후임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일단 유럽 등지의 제3국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1, 2차 실무협상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차원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엔 구체적 의제들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청한 대북정책 전문가는 “미국과 러시아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이 폐기되면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에 미사일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북한이 이를 빌미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최근 한·일 핵무장론을 언급한 배경도 이 같은 동북아 안보 정세 변화를 거론하며 미국의 아시아 정책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북한에 경고한 것이라고 이 전문가는 덧붙였다.통미봉남은 계속될 듯미·북 협상 재개가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최근 공식 담화와 선전매체 등을 통해 미·북 대화와 남북관계는 별개라며 통미봉남(通美封南: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협상)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지난달 16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이) 앞으로의 조·미 대화에서 어부지리를 얻어보려는 미련은 미리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9·19 평양 정상회담 공동선언 합의 등 지난해 이뤄진 굵직한 남북관계 성과가 1주년을 맞지만, 공동 기념행사는 치러지지 않을 예정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실망을 많이 한 상태”라며 “앞으로 남북관계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역할은 더 이상 없다고 신호를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