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에 안장된 고 김홍영 전 검사 묘소에 참배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부산 기장군 부산추모공원에 안장된 고 김홍영 전 검사 묘소에 참배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가 전격 체포되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조씨는 이른바 '조국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혀왔다.

1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조씨는 이날 새벽 인천공항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조씨는 지난달 해외로 출국한 뒤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필리핀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베트남과 괌 등지로 이동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검찰도 며칠 전부터는 조씨와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의 귀국 경위에 대해서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은 이날 새벽 조씨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리 발부받아놓은 체포영장을 집행하면서 신병을 확보했다. 이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해 곧바로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은 조 장관 일가와 이들이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코어)' 사이의 연결고리를 잇기 위해서는 조씨의 진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신병 확보에 주력해왔다. 조씨는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인물이다. 조 장관 일가와 사모펀드 사이 여러 의혹을 풀어낼 '키맨'인 셈이다.

검찰로선 이번 수사에 대한 새 동력을 얻게 됐다. 검찰은 코링크 이상훈 대표와 펀드 투자기업인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최모 대표에 대한 영장청구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되며 곤혹스러운 상황에 부딪혔다. 여권을 중심으론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나왔고 비난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의 기각 사유에 '범행에서 피의자의 관여 정도 및 역할'이 포함된 부분에 주목했다. 이 대표와 최 대표가 범행에서 역할이 크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에 '주범' 가능성이 큰 조씨의 신병 확보 및 조사 필요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코링크의 투자처와 운용 전략 등을 조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알았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웰스씨앤티는 블루코어펀드에서 투자받은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47곳에서 177건의 사업을 수주했다. 매출이 2017년 17억6000만원에서 지난해 30억6000만원으로 74% 증가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이 기간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장관의 영향력이 미친 게 아닌지 의심해왔다. 코링크PE와 연결된 피앤피플러스컨소시엄이 투자 직후 서울지하철 공공 와이파이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일도 있다.

코링크가 투자한 코스닥 상장기업 더블유에프엠(WFM)에서 정 교수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자문료 명목으로 1400만원을 받은 부분도 검찰이 규명할 의혹 중 하나다. 정 교수가 5촌 조카 조씨를 통해 사모펀드에 가입하면서 코링크의 투자처를 비롯한 운용구조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 장관 측은 공직자에게 금지된 직접투자를 피하기 위해 친척인 조씨에게 추천을 받아 사모펀드에 투자했을 뿐 투자처 정보 등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해명해왔다. WFM 자문료 관련해서는 영문학자인 정 교수가 어학 사업 전반을 점검해주고 받은 정당한 자문료라고 반박했다. 검찰이 조씨로부터 어떤 진술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정 교수의 소환 시기 및 신병처리 방향도 결정될 전망이다. 정 교수는 현재 불구속으로 기소된 상태다.

정 교수는 지난달 31일 밤 수년 동안 자산관리를 맡겨온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 씨와 함께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 연구실에 들러 컴퓨터를 외부로 반출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검찰은 김씨에게서 정 교수의 방배동 자택 PC의 하드디스크도 교체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김씨가 별도로 보관 중이던 하드디스크 2개도 최근 추가로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조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PC 반출 경위에 대해 "제 처가 언론 취재 등 난감한 상황이었다"며 "본인도 자기 연구실에 있는 PC 내용을 봐서 점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서 가지러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