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월 하순 중 실무협상 용의"·美 "만남은 좋은 일" 호응
美 비핵화 정의·로드맵 주문…北 안전보장·제재완화 요구 예상
석달만에 움직이는 北美 비핵화시계…접근법 이견 해소가 관건
북미 정상이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만나 공개적으로 약속한 비핵화 실무협상이 약 석 달 만에 성사될 전망이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9일 밤 발표한 담화문에서 '9월 하순 중 합의되는 장소에서 미국과 실무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몇시간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흥미롭다', '만남은 나쁜 게 아니라 좋은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이에 따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그의 카운터파트로 알려진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조만간 만나 실무협상을 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을 위한 북미대화는 지난 2월 28∼2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반년 넘게 제자리걸음 해왔기에 일단 양측이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6·30 판문점 회동'에서 50분 넘게 대화를 나누기는 했지만, 사전에 준비된 만남이 아니었던 만큼 실질적인 협상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하노이 회담'이 '노 딜'로 끝난 뒤 냉각기를 가지며 협상 전략을 다듬어온 북한과 미국이 이번 실무협상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하노이에서 보여줬던 입장 차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북한과 미국이 가장 크게 이견을 드러내 온 대목은 비핵화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정의하고 로드맵을 그리는 포괄적 합의를 원하고 있고,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출발점 삼아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이뤄나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과 미국이 공개적으로 발신한 메시지에서는 이런 기본 입장이 바뀌었다는 징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비건 대표가 여러 계기에 '유연한 태도'를 강조했던 점을 고려했을 때 실제 협상장에서는 서로가 가져온 안을 두고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북미가 어떤 형태로든 비핵화 프로세스 합의안을 도출해 비핵화의 '출구'를 정의한다면 '입구'에 해당하는 첫 번째 조치로 양국이 무엇을 주고받을지도 관심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를 그 시작점으로 삼자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대가로 미국 측에 최근 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는 체제 안전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핵화의 상응조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일부를 해제해달라고 했던 '하노이 회담 '때와 달리 이번에는 한미연합훈련 및 전략자산 전개 중단, 주한미군 축소 또는 철수 등을 들고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4일 '정현'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논평에서 "우리가 제재 해제에 연연하지 않으며 더욱이 그런 것과 나라의 전략적 안전을 절대로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을 (미국은) 알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비건 대표도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건대 강연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주한미군을 전략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만큼 협상장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물론 북한이 겉으로는 제재해제에 연연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최대 국정 현안인 경제 건설과 직결되는 제재 완화를 내심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체제 안전보장 방안을 협상 카드로 내세운 뒤 이를 거절하면 제재완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정상끼리 만나 담판 짓는 방식을 선호하는 만큼 이번 실무협상에 진지하기 임하기보다는 차기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