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의 운명은…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외출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서울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조국의 운명은… >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외출을 마친 뒤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 채 서울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사진)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막판 고심하고 있다. 애초 8일 임명 재가, 9일 임명장 수여 등의 절차가 예상됐으나 8일 특별한 언급 없이 여러 채널을 통해 추가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장관 후보자 임명 결정 시간은 (청문회 이튿날인) 지난 7일부터 시작됐다”며 “모든 게 열려 있지만 현재로선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청문회가 끝나면 임명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기존 청와대의 입장과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조국 임명이냐, 철회냐…"문 대통령, 잠 설치며 고민"
임명 강행을 주장해온 청와대 주요 인사들도 이날 연락을 차단하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주말에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청문회 전후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검찰개혁 동력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6일 밤 이뤄진 검찰의 조 후보자 부인 기소도 막판 변수가 되고 있다. 검찰의 기소가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미치는 영향과 기소 내용의 경중, 여론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조 후보자가 적격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곧바로 이어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9일 재가 여부를 결정하고10일 국무회의 전까지 조 후보자 임명 절차를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與 "지금 철회 땐 정치적 손실 더 커"…靑, 조국 임명 강행에 무게
민주당 긴급 최고위 '적격' 결론…9일 靑에 전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 강도가 주변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당초 청문회를 마치고 이르면 8일 임명재가하고, 9일 임명장 수여와 10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참석 등의 수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주말 동안 청와대 내 기류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임명 강행’을 외쳤던 핵심 참모진도 말을 아끼며 신중한 모습이다. 여권 관계자는 “아직 큰 기류에는 변화가 없지만 문 대통령이 주말 동안 시간을 두고 추가 여론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신중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현시점에서 고민하는 대목은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직 정상 수행 여부 △검찰 수사의 파장 △국민여론 등 크게 세 가지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핵심 요인은 검찰 개혁의 적임자로 봤기 때문이다. 진보집권 플랜을 함께 논의해온 조 후보자를 앞세워 사법개혁을 관철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조 후보자 본인은 아니지만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조 후보자의 정치적 자산은 커다란 손상을 입었다. 정의당 등 진보정당에서는 조 후보자가 적임자라고 옹호하고 있지만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도 “사법 개혁의 동력을 잃었다”며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조 후보자를 장관으로 앞세워 사법개혁을 추진할 수 있느냐가 문 대통령의 고민의 한 축이다.

유례없는 검찰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에 대한 수사도 핵심 변수다. 여야가 청문회를 합의한 상황에서 이뤄진 검찰의 동시다발 압수수색과 청문회 도중 후보자의 부인을 전격 기소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여권에서는 “검찰한테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 수사도 마다하지 말라고 했지, 언제 정치를 하라고 했느냐”며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조 후보자 임명 여부가 향후 청와대가 검찰 관계를 설정하는 주요 가늠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문 대통령이 가장 크게 고심하는 대목은 국민 정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조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여론조사상 찬반 비율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주말 동안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한 대목은 우리 정부가 추구해온 공정성 확립과 조 후보자 임명이 갖는 관계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칫 검찰개혁의 동력 상실을 불러올 뿐 아니라 무엇보다 지난 1개월 가까이 조 후보자를 지지해온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임명 강행에 따른 정국 경색 및 야당과의 극렬 대치로 인한 손실보다 훨씬 큰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게 여권의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내 의견을 수렴한 끝에 조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깊이 있는 논의가 있었다”며 “큰 (입장)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해 사법개혁을 완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저녁 총리 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회동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만나 “조 후보자 임명이 필요하다”는 당내 분위기를 전달했다.

이날 오후 2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 후보자 임명지지 청원이 68만 건을 넘어서는 등 핵심 지지층의 결집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선 고민이 깊겠지만 검찰의 정치 개입으로 이제는 조 후보자 임명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고려할 때 이날 오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와 당·정·청 회동의 결과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문 대통령이 9일 조 후보자 임명을 재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