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잠재적 대선후보들이 총출동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엄호에 나서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명 경기지사,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가세했다.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야권과 언론을 비판하는가 하면, 관련 수사에 나선 검찰과 ‘조국 반대’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까지 공격하는 발언도 내놓고 있다. 여권 내 선명성 경쟁에 나서는 한편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조 후보자를 옹호하지 않을 경우 받게 될 의혹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이틀 만에 ‘엄호 사격’…박원순도 가세

박 시장은 1일 “누구보다도 가까이 곁에서 지켜본 조국은 대한민국을 좀 더 나은 사회로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인물”이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그러면서 “야당과 일부 언론은 조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는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며 “어쩌면 그가 장관이 돼서 하게 될 사법개혁을 원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유 이사장도 또다시 조 후보자 옹호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조정래 작가와의 대담 중 “조 후보자 의혹 확인 과정에서 온갖 억측과 짐작, 추측, 희망사항을 결합해 ‘절대 부적격’ ‘위선자’ ‘이중인격자’ ‘피의자’라고 하는 것은 다 헛소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아주 부적절하고, 심각한 오버였다”고 비판했다. ‘조국 반대’ 서울대 촛불집회에 대해서는 “자유한국당 패거리들의 손길이 어른어른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다른 여권 잠룡들도 조 후보자 사수에 나섰다. 이 지사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조 후보자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은 비이성의 극치인 ‘마녀사냥’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김 전 장관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후보자 가족을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부르려는 한국당을 향해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조국 사수’에 가세했다. 이 총리는 지난달 2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언론이 가혹하다고 할 정도로 조 후보자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명 경기지사
여당 내에서도 논란 일어

야당은 여권 잠룡들의 일방적인 조 후보자 두둔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지연 한국당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유 이사장의 조국 지키기를 위한 궤변이야말로 ‘헛소리’”라며 “조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와 위선을 말해주는 신조어 ‘조적조’ ‘조로남불’이 등장하고, 들끓는 국민적 분노 앞에서 어떻게 ‘헛소리’라는 말이 나오느냐”고 따져 물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도 이날 “유시민, 이재명, 박원순 등이 총출동해서 조국을 실드치는(보호하는) 것을 보니 ‘좌파는 뻔뻔하고 우파는 비겁하다’는 말이 명언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바른미래당은 지난달 31일 논평에서 이 지사를 향해 “잘못은 조국이 했는데 국민을 비판하는 형국이 꼴사납다”며 “수많은 정황 증거에 기반한 합리적 의혹 제기가 ‘마녀사냥’이냐”고 반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유 이사장을 향해 “한 번에 검찰, 언론, 대학생을 다 등 돌리게 만드는 일을 한 것 같다”며 “(조 후보자를) 편들어주는 것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오버하지 마라”고 일침을 가했다.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유 이사장의 촛불집회 비판 발언과 관련, “젊은 세대가 불공정한 문제에 대해 합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순수한 의도를 깎아내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서 조 후보자 옹호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내부 균열도 함께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번 ‘조국 사태’로 좌파 내부의 잠재된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놓고 보수세력끼리 충돌한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