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최근 한국이 시행한 독도수호훈련을 두고 불만을 표출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영토 문제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동안 연간 두 차례에 걸쳐 시행한 훈련에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던 미국이 익명이지만 불만을 표했다는 점과 이에 우리 정부가 영토주권 문제라고 즉각 반박했다는 점에서 추이가 예사롭지 않다.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한·일 간 최근 불화를 고려할 때 리앙쿠르암, 독도에서의 군사 훈련 시기와 메시지, 늘어난 규모는 계속 진행 중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리앙쿠르암(Liancourt Rocks)은 독도의 미국식 표기다.

한국 정부는 당초 6월 예정돼 있던 독도방어훈련을 일본과의 협상을 고려하다 연기한 끝에 지난 25일 병력과 투입 전력자산을 대폭 늘려 이틀간 했다.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을 계기로 훈련 명칭을 올해부터 동해영토수호훈련으로 변경하고 처음으로 이지스함과 특전사까지 투입해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미국은 지소미아 결정 사흘 만에 시행된 이번 훈련이 한·일 관계 해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의 정례적 훈련이며 국가의 주권과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위가 쉽게 얘기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와 정부 내에서는 미국 정부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지소미아와 독도방어훈련 지적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일본 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를 둘러대며 일방적으로 취한 반도체·디스플레이 규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같은 안보상의 이유로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한국의 결정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한 불만이다.

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수시 접촉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 독도방어훈련의 성격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다른 정부 채널에서 우리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배경에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