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즉위식도 참석 가능성…한일현안 고려 '이총리 카드' 전략적 활용할 듯
이총리, 투톱외교 외연 넓히나…하반기 다자외교 역할분담 주목
다음 달부터 정상급 다자외교 일정이 줄줄이 잡혀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투톱 외교론'으로 힘을 실어준 이낙연 국무총리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유엔총회(미국 뉴욕, 9월 24∼30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태국 방콕, 11월 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칠레 산티아고 11월 16∼17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부산, 11월 25∼26일) 등의 일정이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평소 투톱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에 이처럼 빡빡한 일정을 고려하면 이 총리가 나눠 참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국무회의에서 "정상 외교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통령 혼자서는 다 감당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대통령과 총리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정상급 외교 분야에서 함께 뛸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악화된 한일 관계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인 만큼 전략적으로 투톱 외교를 활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 관계의 경우 외교적 협의가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대면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된다면 경우에 따라 이 총리 카드를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문 대통령의 향후 일정과 외교 전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자외교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지난 15일 취재진과 만나 유엔총회에 문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누가 갈지 결정되지 않았고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총리가 참석하게 된다면 한일 관계 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는 "가정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참석이) 결정된 후에 (밝히겠다)"라고 말했다.

과거 한국 총리가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사례는 이한동 전 총리(2001년), 한승수 전 총리(2008년) 등이 있다.

이 총리는 지금까지 문 대통령의 '투톱 외교' 기조 아래 대통령 전용기까지 지원받으며 취임 이후 지금까지 총 11차례 순방을 통해 24개국을 방문했다.

이 중 다자회의에는 세계물포럼(지난해 3월 브라질 브라질리아), 동방경제포럼(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보아오포럼(올해 3월, 중국 하이난 보아오) 등 3차례 참석했다.
이총리, 투톱외교 외연 넓히나…하반기 다자외교 역할분담 주목
올 하반기 다자외교의 경우 민감한 외교사안이 얽혀 있는 만큼 이 총리가 실제 역할을 분담한다면 지금까지보다 더 무거운 권한과 책임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다자외교 일정은 아니지만 정부 내 대표적 '지일파'로 꼽히는 이 총리가 오는 10월 22일 열리는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에 축사사절단 대표로 가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국 관계가 일본의 수출 규제 등으로 갈등 상황이긴 하지만 낮은 급의 인사를 파견한다면 외교적 결례로 해석될 수 있기에 정부가 이 총리를 파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두 달 뒤 양국 관계가 지금보다 나빠진 상황이든 좋아진 상황이든 누군가는 일왕 즉위식에 가야 할 것"이라며 "예우를 갖춘다는 측면에서 정부 내 '급'을 고려한다면 이 총리 참석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5월 1일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즉위하실 나루히토 천황님께서는 작년 3월 브라질리아 물포럼에서 뵙고 꽤 깊은 말씀을 나누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과거 나루히토 일왕과의 만남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