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민정수석이 9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도착해 법무부 장관 내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민정수석이 9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도착해 법무부 장관 내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과거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에 연루된 이력이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이 사노맹은 ‘국가 전복’을 목표로 한 단체로 조 후보자의 사노맹 활동 이력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결격 사유라고 주장하면서다.

사노맹은 비합법 사회주의 혁명조직으로, 조 후보자는 1990년대 초 사노맹 활동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이에 공안검사 출신으로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후보자를 겨냥해 “무장 공비에 의한 사회주의 혁명 달성을 목표로 했던 사노맹 관련 사건으로 실형까지 선고받았던 사람이다. 국가 전복을 꿈꿨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될 수 있나”라고 날을 세웠다.

황 대표는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해도 국가 전복을 꿈꾸는 조직에 몸 담았던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앉는 것이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조국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조 후보자는 지난 14일 사노맹 논란에 대해 “장관 후보자가 되니 과거 독재 정권에서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던 저의 1991년 활동이 2019년에 소환됐다”며 “28년 전 그 활동을 한 번도 숨긴 적 없다. 자랑스러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20대 청년 조국은 부족하고 미흡했다. 그러나 뜨거운 심장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아픔과 같이 하고자 했다”면서 “앞으로도 비가 오면 빗길을 걷고 눈이 오면 눈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사노맹 활동에 대한 당시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소명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조 후보자는 국보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6개월의 실형을 받았으나 1999년 김대중 정부가 사노맹 사건 관련자들에게 사면·복권 조치를 취해 전과 기록이 없어졌다.

하지만 야당은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역시 검사 출신인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13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황 대표의 조국 후보자에 대한 발언을 두고 공안검사 시각이라 폄하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황 대표의 발언은 아주 적절한 멘트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은 자유민주주의 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다. 법무부 장관까지 그런(체제 전복을 주장하던) 사람이 가면 이 나라는 갈 데까지 가는 것”이라며 “야무지게 청문회 해서 낙마시킬 자신이 없으면 아예 (조 후보자 청문회를) 보이콧하라”고 주문했다.

야당이 주도하는 사노맹 공격은 색깔론과 마녀사냥이라는 반박도 나왔다.

조 후보자와 함께 사노맹 활동을 했던 은수미 성남시장은 14일 자신의 SNS에서 “조국은 안 된다는 야당 정치인에게 묻는다. 왜 당신은 그때 독재와 인권 유린, 다시 떠올리기 힘든 죽음과 같은 고통에 저항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저항을 한 조국은 안 되고, 가만히 있거나 동조한 당신은 된다고 생각한다면 부끄러움도 염치도 없는 것”이라고도 했다.

은 시장은 또 “사노맹과 연관된 모든 사람은 담담히 그 대가를 치뤘다. 왜 온갖 대가를 다 치른 사람들이 이 무례함을 견뎌야 하느냐”면서 “사노맹을 내버려두라. 박노해 백태웅 은수미 조국만이 사노맹이 아니라 사람의 고통에 공감했던 수많은 젊은 영혼이 사노맹이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 후보자처럼 서울대 재학시절 국보법으로 기소돼 실형을 받았던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5일 SNS에 글을 올려 “조국 사노맹 활동 비판의 핵심은 색깔론이 아니라 위선론”이라고 재반박했다.

하 최고위원은 “조국은 사노맹 전력이 논란이 되자 ‘독재 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순간 자신이 참여했던 사노맹과 참여연대 활동 시기를 착각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참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저 역시 그랬지만 20대 뜨거운 심장을 가졌던 시기 세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잘못된 길을 갈 수도 있다. 이것이 정치인이나 공직자의 결격 사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과거 활동을 대한민국 전복이 아니라 경제민주화 활동으로 포장하는 건 국민과 자기 자신에 대한 기만행위로 공직자에게 위선은 중대한 결격 사유”라고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같은날 SNS에 “사노맹이 ‘경제민주화’ 운동을 벌였다니… 사노맹이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사노맹 출신 인사들이 자신들이 벌였던 계급혁명 투쟁을 반독재 운동의 아름다운 추억쯤으로 포장하고 미화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자기 부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오 원내대표는 “사노맹의 문제는 ‘용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착오’와 ‘비상식적 사고 체계’에 있다. 비상식적 사람들이 권좌에 앉으면 국민이 고통스럽고 피곤하다는 것을 지난날 충분히 학습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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