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손에 들고 만세삼창…아리랑·광복절 노래 힘차게 제창
광복회장 "日에 의연하게 대처한 대통령에게 박수를"…황교안은 손뼉 안쳐
초등학생과 전시관도 관람…"이 독립선언서 잘 봐야 된다" 설명도
백색 두루마기 차려입은 文대통령, "우린 할 수 있다" 주먹 불끈(종합)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 독립유공자 및 후손 등과 74년 전 광복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비가 내리는 중에도 행사장 앞 대형 스크린에는 우산을 쓴 시민들이 모여 중계방송을 기다렸고,행사장에는 '불굴의 한국인 상'과 함께 '우리가 되찾은 빛', '함께 밝혀갈 길'이라는 글자가 조각 형태로 설치돼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백색 두루마기 옷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문 대통령은 행사 시작 시각인 10시가 되자 행사장에 입장해 독립유공자를 비롯해 5부 요인, 정계 인사 등 내외 귀빈과 악수하며 인사했다.

문 대통령 내외의 등장에 참석자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고 문 대통령은 손을 흔들면서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정완진·김영관·임우철·승병일·이영수 애국지사, 김원웅 광복회장 등과 함께 맨 앞줄에 앉았다.

문 대통령은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배우 손현주 씨의 내레이션과 함께 상영된 광복절 영상과 뮤지컬 공연 등을 진지한 표정으로 관람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이어진 기념사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두고 "아베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과소평가했다"며 "(일본의 조치에) 의연하게 잘 대처하고 있는 문 대통령께 격려의 힘찬 박수를 부탁드린다"며 박수를 유도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손뼉을 치며 이에 호응했고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객석을 향해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손에 쥔 종이에 무언가를 적느라 손뼉을 치지 않았다.

기념사가 끝난 뒤 문 대통령은 항일 비밀결사에 참여한 백운호 선생에게 대통령 표창을 수여하는 한편, 재불한국민회 2대 회장으로 임시정부를 도왔던 홍재하 선생의 차남 장자크 홍 푸안씨 등 독립유공자 후손 4명에게도 훈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새 나라'를 키워드로 경축사를 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대목에서는 강한 어조와 손짓으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등에 맞서 책임 있는 경제강국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광복을 염원한 선열들의 뜨거운 정신이 국민의 가슴에 살아 숨 쉬고 있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가슴에 손을 얹었고, '새로운 한반도'를 언급하며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 마지막 대목에서는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었다.

백색 두루마기 차려입은 文대통령, "우린 할 수 있다" 주먹 불끈(종합)
단호한 어조로 27분간 경축사가 이어지는 동안 참석자들은 총 20번의 박수로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경축사가 끝난 뒤에는 가수 소향과 팝페라 가수 임형주 씨 등의 경축공연이 펼쳐졌다.

문 대통령은 '아리랑'을 직접 따라 부르며 공연에 동참했다.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경축식의 마지막을 장식한 광복절 노래 제창과 만세삼창 때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가 됐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손에 쥔 태극기를 흔들면서 힘차게 광복절 노래를 불렀다.

정완진 애국지사와 이동녕 선생의 후손 이경희 여사, 독립운동 기록을 정부에 기증한 조민기 학생(대전글꽃중 2학년)의 선창 속에 문 대통령은 두 손을 높이 들어 '만세'를 외쳤다.

문 대통령은 경축식을 마치고 '항일의 섬'으로 알려진 전남 완도군 소안도에서 온 학생, 광주 송우초등학교 학생들과 독립기념관 내 전시관을 관람했다.

소안도는 일제에 의해 '불령선인'(불온하고 불량한 조선사람)으로 분류된 사람이 살았던 지역으로, 이곳 주민 중 건국훈장을 받은 사람만 20여명에 이른다.

송우초등학교 학생들은 지난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간 회동을 보고 문 대통령에게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바 있다.

1918년 만주·연해주 독립운동가 39명이 이름을 넣어 만든 '무오독립선언서'를 본 문 대통령은 학생들에게 "잘 봐야 한다"면서 "(1919년) 3월 1일 낭독된 선언서보다 더 먼저 작성된 거야"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와 더불어 한국독립운동 3대 승전으로 꼽히는 1933년 대전자령전투 당시 신발을 대신했던 발싸개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학생들에게 "독립군이 이걸 신고 백두산을 다녔다"고 말하기도 했다.

1919년 일본에서 조선인 유학생들이 낭독한 2·8 독립선언서와 평양 숭실학교 학생들이 사용한 태극기 등을 본 문 대통령은 일제 당시 국어학자들이 만든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무릎을 굽혀 자세히 들여다봤다.

문 대통령은 일본인 사토 마사오(佐藤正夫) 씨가 독립기념관에 기증한 3·1운동 당시의 독립선언서 원본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사토 씨는 3·1운동 때 평양에서 그릇 가게를 운영하던 조부가 거리에서 주워 보관하고 있던 독립선언서를 '고향으로 가는 게 맞다'면서 지난 5월 독립기념관에 기증했다.

한편, 여야 5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경축식에 참석한 가운데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도로 사정으로 뒤늦게 행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