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으면 남북관계도 진전"…북미협상 지켜보며 남북 모멘텀 회복 모색 전망
"불만 있어도 판 깨거나 대화 어렵게 하면 안 돼"…北에 우회 메시지도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경축사에서 북미협상 재개를 앞둔 현 시점을 '중대 고비'라고 강조하면서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복원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6월 말의 판문점 회동 이후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며 "아마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미 모두 북미 간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들께서도 대화의 마지막 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란다"며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하는 등 '고비'라는 단어를 총 세 차례 반복해 사용했다.

이는 북한의 대남 압박 공세에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하면서 우선 북미 간 비핵화 대화를 제 궤도에 올려놓는 데 집중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를 거듭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꺼져가던 대화의 불씨를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을 통해 어렵게 되살려 놓은 만큼, 이번 북미 실무협상 기회마저 놓쳐선 안 된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이 엿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미협상 진전 결과를 지켜보면서 남북관계 모멘텀 회복의 기회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다만 "불만스러운 점이 있다 하더라도 대화의 판을 깨거나 장벽을 쳐 대화를 어렵게 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불만이 있다면 그 역시 대화의 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의 잇따른 무력시위와 대남 비판 담화 등 남측을 겨냥한 압박에 대한 우회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날 경축사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시작으로 남북이 함께 이룩하게 될 '평화경제'의 청사진도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하고자 한다"며 "경제협력이 속도를 내고 평화경제가 시작되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통일이 우리 앞의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 경제에 필수적인 환경 조성으로서의 평화경제를 넘어서 남북간 경제협력을 러시아 및 북극항로로 이어지는 북방경제권, 중국 및 아세안 등으로 이어지는 환황해 경제권과 연결해 신성장 동력으로 발전 시켜 나갈 것이라는 밑그림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임기 내에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확고히 하겠다고 다짐한다"며 "북한과 함께 '평화의 봄'에 뿌린 씨앗이 '번영의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늦어도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약속한다"고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남북경협에 대한 '퍼주기' 논란을 의식한 듯 "북한을 일방적으로 돕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서 남북 상호 간 이익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며 함께 잘 살자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