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신문 제공
아사히신문 제공
“‘극우 아베 정권’이 바뀌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요? 지나치게 안일한 생각입니다.”

기무라 간(木村幹) 고베대 교수(53·사진)는 1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가 이 정도로 심각했던 적은 이승만 정부 당시를 제외하면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좋고 나쁘고를 떠나 역사 문제에 관한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불신은 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강해지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양국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무라 교수는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일본 교토대에서 비교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세종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을 지내며 한국 사회를 직접 관찰하기도 했다.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입니다.

“현재 양국 사이엔 서로에 대한 비난뿐입니다.”

▷한·일 관계가 더 이상 중요시되지 않는 건가요.

“여태껏 한국 정부는 식민지배를 둘러싼 법적 해석의 차이와 모순이 드러나지 않도록 일정 범위에서 조정해왔지만 지금은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식민지배에 대한 인식에서 한·일 간 차이가 있습니다.

“한·일 양국은 1965년 국교 정상화를 서두른 나머지 이 부분을 모호하게 둔 채 조약을 맺었습니다. 광복 이후 74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이 문제에 대한 양국의 해석은 명료하게 갈려 있습니다.”

▷한국 대법원은 식민지배를 불법이라고 봤습니다.

“한국 대법원이 내놓은 법적 이론은 ‘불법적인 식민지배’하에 놓인 당시의 모든 한반도 주민들에 위자료 청구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귀결됩니다.”

▷강제징용 이외에도 배상해야 할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한국 민법에서 위자료 청구권은 상속되기 때문에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국민은 경제보복 조치를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여론조사를 보면 지지하는 목소리가 더 많습니다. 한국 대법원 판결뿐만 아니라 화해치유재단 해산 등을 보면서 일본인들은 한국 정부가 상황을 방치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선 ‘한국이 경쟁 상대’라는 의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과거 우월의식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현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일본의 최근 조치들이 지지를 받는 배경에는 ‘일본이 훨씬 강하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하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선 노(No) 재팬이 아니라 노(No) 아베를 외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반일) 운동으로 현 상황을 바꾸려고 하는 반면 일본은 사실상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많은 사람이 접고 있습니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습니다. 상대가 ‘외국’이라는 걸 제대로 이해하고, 상대국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상황을 전제로 합리적인 전략을 짜야 합니다.”

▷한·일 관계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큰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정치 문제가 경제, 사회와도 밀접하다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교류는 더 축소될 겁니다. 참 안타깝지만 한·일은 더 ‘먼 나라’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해결책이 없을까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같은 제3 기관에 판단을 맡기는 것도 방법입니다. 양국 간 분쟁을 국제법을 바탕으로 한 권위 있는 국제기관의 결정에 맡기는 사례를 만드는 거죠. 결과에 따라 양국 정부 모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지만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