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당권파 "12일 탈당계 제출" vs 당권파 "최대한 설득"
평화, 창당 1년 반만에 분당 카운트다운…정계개편 신호탄 되나
민주평화당이 제3지대 정당 창당을 둘러싼 내분 봉합 실패로 창당 1년 반 만에 또다시 분당의 길을 걷게 됐다.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가 8일 "오는 12일 집단탈당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평화당 분당은 말 그대로 '카운트다운'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앞서 정동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정 대표 사퇴를 놓고 전날 담판을 시도했지만 결국 입장차를 해소하지 못한 채 '각자의 길'을 가기로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대안정치 소속 의원 10명이 탈당을 예고한 데 이어 그동안 독자 행보를 해온 김경진 의원도 탈당하기로 해 평화당에서는 총 11명의 이탈이 예고됐다.


만약 이들이 12일 예정대로 모두 탈당계를 낸다면 당에는 기존 16명의 의원 가운데 5명만 남게 된다.

정동영 대표와 박주현 최고위원 등 당권파와, 조배숙·황주홍·김광수 의원 등 중립파다.

물론 대안정치가 탈당계 제출까지 나흘간의 여유를 둔 만큼 협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안정치의 대표 격인 유성엽 원내대표는 "오늘 탈당 입장을 밝혔지만, 궁극적으로는 탈당 결행이 안되기를 바란다"며 "인터벌(여유)을 둔 것은 정 대표에게 재고를 촉구하고 기회를 드리는 의미도 담겼다"며 여지를 남겼다.

당권파도 탈당계 제출 전까지 최대한 비당권파를 설득할 방침이다.

다만 비당권파의 핵심 요구인 당 대표직 사퇴에는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어 양측이 접점을 마련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당 고문단과 중립파 의원들의 중재안도 '선(先)사퇴'를 고수하는 비당권파와, '사퇴 요구는 당권투쟁'이라는 당권파의 입장차로 번번이 무산됐다.
평화, 창당 1년 반만에 분당 카운트다운…정계개편 신호탄 되나
정동영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당권파가 탈당을 선언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기왕 나가는 것이라면 사랑받을 수 있는 정치를 하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탈당계 제출까지 앞으로 4일의 시간이 있는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설득을 해보겠다"면서도 "그렇지만 당권 투쟁, 전당대회 불복 투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당권파를 '전당대회 불복 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사퇴 요구를 재차 일축한 것이다.

박주현 최고위원 겸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안정치가 즉각 당권을 내려놓으라는 주장을 계속하며 탈당을 시사한 것은 명분이 없고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뉴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발굴해 조기 공천하고 제3지대 구축을 위해 다른 개혁세력과 연대하겠다"며 '자강'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중립파 3인방인 조배숙·황주홍·김광수 의원의 행보도 관심사다.

이들은 일단 탈당하지 않고 최대한 양측을 중재한다는 입장을 표하고 있지만, 이들 중에서도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대안정치는 탈당 후 국회 비교섭단체로 등록해 의정활동을 하면서 세력 규합에 집중, 적당한 창당 타이밍을 살필 계획이다.

평화당 비당권파의 집단탈당 예고가 역시 분당의 기로에 놓인 바른미래당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제3지대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평화당 의원들이 과거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의원들과 제3지대에서 손을 잡을 가능성은 이미 지난해부터 제기됐다.

다만 대안정치가 제3지대 중심의 정계개편을 이끌 추동력을 가질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이를 위해 세 확장이 절실하지만, 현역 의원 중 추가 합류자가 당장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함께 탈당할 예정인 김경진 의원은 내년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는 입장이고, 무소속 손금주·이용호 의원 역시 선을 긋고 있다.

대안정치는 바른미래당 호남 인사들의 합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바른미래당 내 분란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당장은 난망한 상황이다.

유 원내대표는 "새로운 인물 영입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가급적 깜짝 놀랄 인물을 내보이면 좋겠다는 희망과 기대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