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에 큰 영향을 주는 법안들을 국회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마구잡이로 통과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15~30시간까지 줄어드는 법안조차 특별한 문제 제기 없이 일사천리로 본회의까지 오르면서다. 견제 역할을 해야 할 야당이 여론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국회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청구권제도 확대 방안이 담긴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야당의 큰 반발 없이 일사천리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환노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워낙 다른 큰 사안이 많아 해당 법안은 따로 특별히 쟁점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고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내용이지만 법안 시행 후 부작용 등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상임위 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했다는 뜻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 등 이미 쟁점화된 논쟁에만 신경쓰느라 우회입법 검증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눈에 드러나는 싸움만 하느라 중요한 ‘꼼수입법’을 놓쳤다는 것이다. 야당이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등 찬반이 뚜렷한 근로기준법과 달리 남녀 고용평등 관련법은 여론이 우호적인 편이다. 상임위 소속 의원 입장에선 자칫 대놓고 반대하고 나섰다가는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