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파 1박2일 DJ생가방문 행사에 비당권파 같은 행사로 '맞불'
"DJ적자는 나야 나"…평화, 당권파·비당권파 '적통경쟁' 가열
제3지대 창당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평화당 내부에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신을 누가 계승하는 것이냐를 둘러싼 '적통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달 18일 DJ 10주기 추모행사를 계기로 당의 진로와 정체성을 둘러싼 세력 갈등이 절정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29일 평화당에 따르면 유성엽 원내대표 등 비당권파가 신당 창당을 위해 만든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는 내달 1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전남 목포와 김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하의도를 찾아 김 전 대통령 추도행사를 연다.

앞서 정동영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지난 24∼25일 목포·하의도를 방문해 김 전 대통령 생가를 돌아보고 'DJ정신' 계승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하의도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애초 이 행사에는 당권파와 비당권파를 가리지 않고 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비당권파가 단체로 이를 '보이콧'하고 바로 일주일 뒤에 똑같은 일정과 내용의 '맞불성'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대안정치는 이날 권노갑·정대철·이훈평 고문 등 동교동계가 주축인 당 고문단과 여의도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당의 진로와 제3지대 구축 방안 등도 논의한다.

현실정치에선 물러났지만 여전히 당내 일정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 가신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적통 경쟁에서 '우군' 확보에 나선 셈이다.

특히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서로 DJ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메시지 경쟁'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DJ적자는 나야 나"…평화, 당권파·비당권파 '적통경쟁' 가열
당권파는 지난 25일 '하의도 선언'에서 "평화당은 작고 어렵지만 김 전 대통령 정신을 자랑스럽게 이어받고 있다.

평화당을 더 큰 평화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비당권파 역시 이번 행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중도실용 정신을 계승해 제3지대를 탄탄하게 구축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한다.

다만 별도의 선언문 발표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 10주기인 내달 18일까지는 20일가량 남은 만큼 앞으로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김 전 대통령 추모 행사를 두고 추가적인 경쟁을 펼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을 빼놓고는 평화당의 뿌리를 논할 수 없는 만큼, DJ정신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일 것"라며 "이제까지는 더불어민주당과 적통 경쟁을 벌였다면 이제는 내부 싸움에 불이 옮겨붙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