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각의 '화이트리스트 韓 배제' 법령 상정 등 현안 산적…해결책 고심
北 탄도미사일 발사 등 안보상황 엄중…'여론 고려한 판단' 해석도
'휴가 가야 한다'는 참모들 의견도 있었으나 대통령 고민 끝 결정"
휴가 반납한 文대통령…엄중한 안보상황 속 '공백'없이 현안대응
문재인 대통령이 29일부터 닷새간 계획했던 하계휴가를 취소한 것은 국내외 현안이 산적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현시점에서 청와대를 비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 것을 비롯, 러시아 군용기가 영공을 무단으로 진입한 데 이어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안보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간다는 점이 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다음 달 2일 일본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에서 처리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문 대통령이 이에 대한 대응을 고심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3년간 개별 품목에 대한 심사를 면제받았던 한국 기업은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정되면 일본으로부터 품목별로 일일이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안건을 논의하는 다음 달 2일 일본 각의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한일 갈등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휴가로 인해 이날 자리를 비우는 것보다는 집무실에서 관련 정부 부처로부터 보고를 받는 등 현안에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휴가 중이어도 현안을 보고받고 결정하는 체계는 유지되지만 문 대통령이 휴가를 취소한 것은 그만큼 이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대응하겠다는 뜻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취소한 휴가 기간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집무실에 출근해 정상적으로 업무를 볼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다음 달 2일까지는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한 현안을 주로 보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제보복 외에도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로 한반도 정세에 '격랑'이 일고 있어 이에 대한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휴가 취소의 배경이 됐을 확률이 높다.

외교·안보 현안 못지않게 국내 현안 중에서도 시급성을 다투는 것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다.

최근에 더해진 일본 수출 규제 대응 예산 증액분까지 더해 정부가 지난 4월 제출한 총액 '6조7천억원 + α' 규모의 추경안은 다음 달 10일이면 19년 만에 '역대 최장기간 국회 체류' 기록을 바꾸게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일본의 조치에 대한 초당적인 대응과 함께 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시급한 두 가지 문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무라인을 통해 여야의 국회 정상화 논의 상황을 보고 받으며 추경 처리 방안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음 달 중 있을 것으로 보이는 개각 등 국정 전반의 구상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청문회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교체 대상 부처의 후임 장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9월 정기국회 전에는 개각을 완료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여서 후임 인선에도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 대통령은 휴가 취소를 결정하면서 적잖은 고민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대통령의 여름 휴가가 시작되던 시기인 7월 말이 다가오는 가운데 일본 수출규제 등 긴급한 현안이 돌출했을 때 일부 참모들은 문 대통령이 휴가를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 반납한 文대통령…엄중한 안보상황 속 '공백'없이 현안대응
청와대는 문 대통령 취임 첫해부터 노동 효율성 향상은 물론 경제나 고용 창출 효과에 영향이 크다는 점을 들어 초과근무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동시에 직원들이 적어도 연가의 70%는 소진할 수 있도록 독려해 왔다.

여기에는 청와대가 초과근무를 줄여 감축된 비용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모범적 사용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자신의 휴가를 취소하면서도 "직원들의 예정된 하계휴가에 영향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취지의 연장 선상으로 읽힌다.

그러나 문 대통령 자신 만큼은 휴가를 떠나는 것보다는 고심 끝에 당장의 현안에 충실하게 대응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결정을 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추가적인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으로 국민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휴가를 떠날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도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판단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