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외무성 내 대미라인을 정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으로 이태성 외무성 9국 국장을 임명했다. 외무성 9국은 북한의 외교 전략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다. 직전 미국담당 부상은 최선희 현 제1부상이었다.

이로써 북한 내 대미 협상 진용은 이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 이태성 미국담당 부상,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으로 이어지는 ‘외무성 라인’으로 새롭게 꾸려졌다. 이태성과 권정근은 국내엔 사진과 이력 등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권정근은 북한 매체에서 미국담당 국장 명의의 발표를 가끔 내놓는다. 지난달 27일 조선중앙통신에 “조미(북·미) 대화의 당사자는 우리와 미국이며, 남조선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란 내용의 대남 비난 담화를 냈다.

태 전 공사는 “이번에 미국담당국이 아닌 전략국에서 미국담당 부상을 임명한 건 ‘행정형’이 아니라 ‘전략형’에게 협상을 맡기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실무협상 북측 대표였던 김혁철 전 국무위 대미특별대표도 9국 부국장과 국장을 거쳐 주스페인 대사가 됐다. 이용호도 9국 참사에서 영국 대사, 미국담당 부상을 거쳐 외무상으로 승진했다.

유럽담당 부상으로는 유럽 국장이던 김선경을 임명했다. 지금까지 유럽과 러시아를 담당하던 임천일 부상은 러시아만 담당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알려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