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14일 한·미·일 3국의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가운데)이 3박4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1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왼쪽은 윤광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가운데)이 3박4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1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왼쪽은 윤광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미국의 중재를 위해 3박4일간 워싱턴DC를 방문하고 이날 귀국한 김 차장은 “우리는 대화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창의적인 해법을 찾아 이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있는데 일본이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은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아시아 순방에 맞춰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한·미·일 차관보급 협의를 제안했으나 일본은 일정을 핑계로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이번 방문이 당초 목표를 충분히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는 “일방적인 일본의 조치가 한·미·일 공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에 다들 공감했다”며 “국무부도 한·미·일 3국 관계 강화를 위해 모든 걸 다 하겠다고 했으니 미국이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방미 기간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찰스 쿠퍼먼 미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과 연이어 면담했다. 김 차장은 “내가 만난 미국 측 인사들은 예외없이 일본의 일방적인 조치로 한·미·일 협력이 훼손돼선 안 된다는 점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글로벌 공급체계에 영향이 생기면 미국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리 입장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공감의 강도와 관련, 그는 워싱턴DC를 출발하면서 “외교라는 것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밝힐 수는 없지만 좀 세게 공감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지 못해 ‘빈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지적에는 “미국 측에 직접적으로 중재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경제보복의 이유로 전략물자의 북한 반출 가능성을 거론한 데 대해서는 “미국은 전략물자 관리에 대해 우리와 같은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2일 ‘지금은 미 정부가 한·일 관계를 중재하거나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에는 “워싱턴DC에서 들은 내용과 다소 온도 차가 있다”고 반박하면서도 “국내에서 미국 대사관이 언급한 데 대해선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편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 여부와 관련, 김 차장은 “내가 먼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최근 동향에 대한 미국 측 평가를 문의한 것”이라며 “미국의 파병 요청이나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