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축소·늑장 보고' 닮은꼴…軍 스스로 비판 자초
軍, 2함대·北목선 '기강해이' 비판에 대책 마련 고심
국방부가 북한 소형 목선에 대한 경계 실패에 이어 해군 2함대에서 발생한 거동수상자 허위자수 사건 등으로 군 기강 비판이 잇따르자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국방부는 14일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2함대 등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최근 발생한 사건사고를 분석하고 재발 방지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 결과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될 것으로 전해졌다.

◇ 사건 축소 관행·신속 보고체계 미흡…2함대·北목선 공통점
북한 소형 목선과 2함대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군 내에 발생한 사건을 초기에 축소하려는 관행이 여전하고, 예하 부대에서 군 수뇌부로 신속한 보고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4일 발생한 2함대 거동수상자 및 허위자수 사건은 부대 상황실 간부가 병사에게 허위자수를 강요하지 않고 매뉴얼대로만 철저한 조사를 했다면 부대 자체 징계로 끝날 문제였다.

하지만, 이 간부는 이번 사건이 길어지면 부대에 부담이 갈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조기에 종결지으려는 의도로 부대원들에게 허위자수를 제의했고, A 병장이 그 제의에 응한 것으로 조사 결과 확인됐다.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전에 먼저 '축소' 또는 '은폐'를 시도했다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군은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이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한 상태로 발견됐을 때도 발견 장소를 '삼척항 인근'으로 발표했다가 은폐·축소 비판을 초래했다.

사건 당일 군 수뇌부가 대책회의를 열어 목선이 자체 기동으로 방파제에 접안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삼척항 인근'으로 발표한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軍, 2함대·北목선 '기강해이' 비판에 대책 마련 고심
북한 목선 사건으로 군 보고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지적됐음에도 이번 2함대 사건을 보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10시 2분 2함대사령부 탄약 창고 근처에서 신분이 밝혀지지 않은 거동수상자가 근무 중인 경계병에 의해 발견됐고, 이후 상황실 간부의 허위자수 제의에 A 병장이 응했다.

그러나 지난 9일 2함대 헌병 수사 과정에서 '허위자수'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에게 곧바로 보고됐지만, 박한기 합참의장이나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게는 보고되지 않았다.

해군은 대공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면서 2함대 차원에서 이 사건을 관리했고, 특히 거동수상자에 대한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정 장관 등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거동수상자가 발생한 중요 사건을 놓고, 헌병 수사를 통해 간부에 의한 부하의 허위자수가 확인됐음에도 군 수뇌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국회 국방위원인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공개한 박한기 합참의장과 전화 통화 녹취록을 보면 박 의장은 관련 사실을 보고 받았는지에 대해 "(2함대 관련 보고를) 못 받았다.

어떤 일이 있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군의 보고체계 허점은 북한 목선 삼척항 정박 때도 드러난 바 있다.

국방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박한기 의장은 북한 소형 목선이 삼척항에 접안할 당시 해경의 첫 상황보고가 전파된 지 21분 후에야 보고를 받았다.

합참은 15일 오전 7시 15분 해군 1함대에서 상황을 접수해 오전 7시 17분 안보실 위기관리센터에 보고했고, 7시 30분에 박 의장에게 보고했다.

정경두 장관도 오전 7시 38분에 늑장 보고를 받았다.

軍, 2함대·北목선 '기강해이' 비판에 대책 마련 고심
◇ 초동조사 부실도 닮아…"허위자수 병장, 사건시간 생활관 인근 CCTV에 찍혀"
2함대의 초기 자체 조사와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북한 목선과 관련한 첫 조사가 부실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2함대는 거동수상자가 발생하고 난 뒤 해안이나 부대 철조망 등에서 외부 침투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자 내부 소행으로 방향을 잡고 자체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병사의 허위 자백이 있자 자체 조사를 중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후 닷새가 지나도록 자체 조사 조사를 중지했다.

이어 허위자수 사실이 파악됐는데도 '진범'을 찾아내는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건 발생 8일 만에 정경두 장관의 지시로 급파된 국방부 조사본부 헌병 요원들이 부대 전체 CC(폐쇄회로)TV를 확인했다.

CCTV 확인 결과, 최초 허위자수한 병장이 사건 발생 시간에 부대 생활관을 출입하는 모습이 찍혔다.

군의 한 관계자는 "생활관 인근의 CCTV를 확인해보니 최초 허위자백을 했던 병장이 사건 발생 시간에 생활관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고 전했다.

2함대가 사건 발생 직후 벌인 조사에서 생활관 인근의 CCTV까지 조사했다면 병장의 허위자수를 일찌감치 파악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북한 소형 목선 때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이틀가량의 현장 부대 조사를 마치고 '경계작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서둘러 발표해 부실 조사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야권 등에서는 연이어 터진 사건과 관련해 정경두 장관 등의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軍, 2함대·北목선 '기강해이' 비판에 대책 마련 고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