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양자 실무협의서 통보
정부, 추가협의 요청에 日 '침묵'
일본이 이르면 다음달 15일부터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 목록(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오는 24일까지 형식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들은 12일 도쿄 경제산업성 청사에서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를 두고 여섯 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를 했다.

양국 관계부처 당국자 간 직접 접촉은 일본 정부가 4일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 소재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일본 측은 24일까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과 관련해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각의(국무회의) 결정 후 공포하고 21일 경과한 날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면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1115개 일반 공산품에 대한 수출 규제도 강화할 수 있어 한국 산업에 전방위적인 위협이 우려된다.

한국 정부는 이날 일본 측이 한국만 겨냥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유를 따졌다. 또 화이트리스트 제외 의견 수렴 시한이 끝나기 전에 추가 양자협의를 하자고 요청했지만 일본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악수도 인사도 없이 6시간 실무회의…韓·日 입장차만 확인

지난 4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한·일 정부 관계자가 12일 처음으로 만나 여섯 시간 가까이 실무회의를 열었지만 양국 간 견해 차이만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 대표단을 창고 같은 곳에 불러 인사와 악수도 하지 않고 차갑게 대해 의도적으로 홀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회의는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별관 10층에서 열렸다. 한국 측에선 전찬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안보과장과 한철희 동북아 통상과장이 참석했고, 일본 측에선 이와마쓰 준 경제산업성 무역관리과장과 이가리 가쓰로 안전보장무역관리과장이 자리했다.

취재진에 공개된 회의실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공간처럼 보였다. 파손된 기자재가 정돈되지 않고 방치된 채 있었다. 만남의 격을 일부러 떨어뜨리려 한 것으로 보였다. 일본 측은 ‘수출 관리에 관한 사무적 설명회’라는 문구를 인쇄한 A4 용지 두 장 크기의 종이만 달랑 붙였다. 참석자들이 앉은 테이블에는 회의 참석자 이름표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협상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뚜렷했다. 양국 관계자는 악수 등 우호의 표현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자리에 앉아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이날 회의도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견해 차이만 확인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이 한국만을 겨냥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이유를 따져 묻고 설명을 요구했다. 일본 측이 수출 규제 이유로 일부 품목의 북한 유입설을 흘리는 등 한국 수출 관리의 부적절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서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일본의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정신에 위배되는 만큼 철회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가 아니라면서 “수출 통제의 ‘부적절한 사안’이 북한으로의 수출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수출 규제 강화가 양자 간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반복했다.

두 나라는 회의 형식을 놓고도 이견을 보였다. 한국은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한 양국 간 ‘협의’라는 입장이지만 일본 측은 한국에 대한 수출 우대를 없애 다른 일반 국가와 동등하게 대하게 된 것을 설명하는 ‘설명회’라고 주장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구은서 기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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