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에 비공식 타진한 듯
韓 원유 주요 수송로 보호명목
트럼프 행정부 '청구서' 내밀어
미국이 최근 이란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한 뒤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해협 경비를 위한 연합체 결성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한·미 방위비 부담금 인상을 압박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한국 정부에 ‘청구서’를 내미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으로부터 중동 지역에서 항행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연합군 참여와 관련해 제안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미국 측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또 “정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는 데 우려하고 있다”며 “항행의 자유, 자유로운 교역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 경로를 통한 공식적이고 구체적인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이런 구상이 있다고 밝힐 정도면 한국도 당연히 그 구상에 대해 알고 있지 않겠느냐”며 “언제까지, 어떻게, 무엇을 이런 식으로 구체화된 것은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합체에 참여하라는 직접적인 요청은 없었지만, 정부도 이와 관련한 충분한 정보를 미국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간 물밑에선 이 문제를 놓고 조심스럽게 의사 타진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당국자는 “요청을 받은 것은 아니며 일종의 이니셔티브 구상을 전달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미국으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는다 해도 국방부 등 유관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3분의 1이 지나는 해상 요충지다. 앞서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호르무즈와 바브 엘 만데브 해협에서 항해의 자유를 보장할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나라와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달 16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과 한국, 일본을 거론하며 해협 경비 관련 공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1일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일본 자위대 파병을 요청했다”며 집단 자위권을 비롯해 해상자위행동 등 자위대 파견을 위한 법적 요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자위대 지위가 일반 군이 아니어서 제약이 많다고 전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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