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타개하기 위해 본격적인 국제 여론전에 나선 청와대가 ‘대일(對日) 특사’ 카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대일 특사 파견 가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올 정도가 되면 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더 확인해줄 게 없다”고 했다. 그간 ‘특사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고 밝혀온 것에서 다소 진전된 발언이라는 평가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외교적 노력이 여러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대일 특사 파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한·일 외교 라인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일 외교 루트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며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지낸 남관표 주일대사 역시 문재인 정부 핵심인사지만 일본과의 접촉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권 내 특사 역할을 해줄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히는 이 총리는 국무총리라는 상징성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다. 또 다른 일본통인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일왕 사죄’ 발언으로 일본의 반발을 샀던 만큼 특사로서 적절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문 의장은 지난 2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일왕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사과한 바 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거론되지만 여권 내에서조차 ‘문 대통령의 의중을 십분 살릴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강제징용 배상과 관련해 일본과 한국 기업이 낸 기금(1+1)으로 해결하되, 나머지는 피해자에 대해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α)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측이 거부했던 한국 정부의 기존 안에서 한발 물러나는 안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 같은 소식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일본에 협상안을 제시한 바도 없다”고 부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