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보고서에 '日과 지원·전력 협력' 첫 명시

"日 무관이 유엔사 협력관으로"
국방부 "日 참여 절대 안된다"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받을 국가에 일본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판문점 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병이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받을 국가에 일본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판문점 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병이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유엔군사령부(유엔사)에 일본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한·미·일 안보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을 둘러싼 한·일 간 대립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는 와중이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日 주한무관을 유엔사 협력관으로”

韓·日 경제갈등 폭발 직전인데…美, 유엔사에 일본 참여 추진 논란

주한미군사령부는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주한미군 2019 전략다이제스트’ 보고서(사진)에서 “유엔사는 위기 시 필요한 일본과의 지원 및 전력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그동안 주한미군이 매년 발간하는 이 보고서에 등장하지 않던 표현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일본을 ‘유엔 전력제공국’에 포함시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유엔사는 한국, 미국, 호주, 벨기에, 캐나다, 콜롬비아, 덴마크, 프랑스,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필리핀,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영국 등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유엔 전력제공국으로 불리는 이들 국가는 유사시 유엔기를 달고 한반도에 투입된다. 일본이 포함될 경우 자위대가 유엔기를 달고 한국에 투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와 유엔사는 “원문 내용이 잘못 번역됐다”며 즉각 해명에 나섰다. 일본 자위대의 직접 지원을 받는 게 아니라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기지로부터 간접 지원을 받는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유엔사도 이날 밤 공식자료를 내고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에 전력제공국을 제안하지도 않았고, 일본이 이를 먼저 요청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군 안팎에선 그러나 유엔사가 협력국 확대와 일본의 참여를 검토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추진 중인 방안은 일본 주한무관을 유엔사 협력관으로 두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일본에 유엔사 후방기지 7개가 있으니 한·미 작전지역 밖에선 일본에 맡기자는 취지”라며 “미국이 이를 통해 한·미·일 안보동맹을 강화하려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참전국도 아닌데 어불성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은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유엔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유엔사 참모 요원으로 활동할 경우에는 당연히 우리 국방부와 협의해야 가능하다”며 “일본의 참여는 논의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일본 내 후방기지 역할은 한반도 이외 지역에 국한돼 있다”며 “일각에서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후를 염두에 두고 유엔사 역할을 확대하려 한다’고 하지만 유엔사가 곧 주한미군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본 현행 헌법도 자위대는 평화유지 목적을 제외한 어떤 해외 파병도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어 유엔 전력제공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미국이 유엔사 확대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유엔사에 독일군 연락장교 파견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지난달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한·독 실무협의 과정에서 밝혀진 뒤 한국 측이 반대하자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사의 확대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일본이 아니더라도 유엔사 참여 국가가 확대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다국적 군사기구의 성격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한국의 동의 없는 유엔사 확대는 불가능하지만 전시작전권 전환과 맞물려 미국의 판단에 따라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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