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오른쪽부터)와 정용기 정책위원회 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와 당내 요직을 둘러싼 자유한국당의 ‘집안 싸움’이 심화하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는 박순자 의원에 대해 “실질적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라며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도부가 홍문표 의원으로 국토위원장 교체를 추진하고 있지만 박 의원이 자리를 내놓지 않겠다고 맞서자 ‘징계’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앞서 한국당은 김성태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해 7월 원래 2년 임기인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1년씩 나눠 맡기로 구두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의원은 “해당 합의에 동의한 적 없다”며 교체를 거부하고 있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윤리위 회부라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가 징계까지 하면서 상임위원장을 교체할 경우 후폭풍이 작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직위 배분을 놓고 의원끼리 충돌하는 일은 흔히 일어날 수 있지만 지도부가 의원 개인을 설득하면서 당 내부에서 원만하게 결론을 내는 게 대부분이다. 당내 갈등이 외부에 노출되는 상황에 놓인 것 자체가 지도부의 중재 능력 부재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내부에서 협상으로 해결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징계로 해결하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도부의 리더십 부재가 계파 갈등을 부각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두고서 친박(친박근혜)계 김재원 의원과 비박계 황영철 의원이 갈등을 빚자 지도부가 김 의원의 손을 들어주면서 파열음이 나기도 했다. 당시 황 의원은 “문제가 생기니 잠복해 있던 강성 친박들의 움직임이 굉장히 큰 문제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친박계인 박맹우 사무총장이 당 요직 중 유일한 비박계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에게 ‘교체’ 의사를 물은 것이 확인되면서 당 요직 배분을 둘러싼 지도부의 원칙이 뭐냐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이 표면화하면 조타 능력을 잃은 한국당이 다시 위기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