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 전쟁’의 와중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2015년 양국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 절차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는 “사전에 협의가 없었던 일방적 조치”라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5일 여가부와 화해·치유재단 등에 따르면 재단의 해산등기 절차가 3일 마무리됐다. 청산 절차의 첫 번째 법적 절차가 끝난 것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해산등기가 완료되면서 화해·치유재단이 청산법인으로 법적 성격이 바뀌었다”며 “앞으로 재단의 공식 업무는 잔여재산 정리, 직원 고용관계 정리 등 법인을 청산하는 것에 한정된다”고 설명됐다. 관련 절차가 종료되면 재단 측은 종결등기를 신청해 최종 해산을 하게 된다.

여가부는 지난해 11월 화해·치유재단 해산 방침을 발표했다. 2016년 7월 출범한 지 2년4개월여 만이었다. ‘2015년 합의’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재단이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는 게 이유였다.

해산은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일본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해산등기와 관련된 사실을 일본 정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관방 부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등기 절차가 마무리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한국 정부의 재단 해산 방침은 기존 합의에 비춰볼 때 심각한 문제”라며 “주일 한국대사관과 주한 일본대사관 경로를 통해 재차 한국 정부에 일본 측 의견을 강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자국의 무역 보복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일본의 무역 보복조치 발표 이튿날인 2일 “이제까지 위안부 생존자 중심의 접근법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일본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명예 회복을 돕겠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한·일) 양국 대립이 선명해지는 가운데 재단의 정식 해산으로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더 잃어버린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화해·치유재단 설립 당시 10억엔(당시 환율 기준 108억원)을 출연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