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비무장지대(DMZ) 회동’ 성사 과정은 잘 짜인 한 편의 드라마를 연상시켰다. 시작은 방한 당일이던 지난 29일 오전 4시51분 트럼프 대통령이 날린 트윗이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Chairman Kim)이 이 트윗을 본다면 그곳에 있는 동안 난 DMZ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올렸다.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미 확대정상회담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미 확대정상회담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트윗이 나온 지 약 5시간 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차관급)이 담화를 발표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최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분단의 선에서 조미(북·미) 수뇌 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부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 하고 양국 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잠시 만나 ‘김정은과의 DMZ 회동 제안 트윗’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미 당국과 청와대는 29일 밤까지 ‘연막작전’을 펼쳤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측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시 “정해진 게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전 6시32분 “DMZ 방문은 오래전부터 계획됐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가 전날 밤 청와대 만찬에 불참하고 판문점에서 최 제1부상과 접촉했으며, 30일 아침까지 북측과 의전·경호 등을 조율한 사실도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오후 1시10분 한·미 정상회담 후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김정은과 짧게 만날 것”이라며 DMZ 회동을 공식화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