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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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에 상습적으로 지각하는 것으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도 두 시간 가까이 늦게 나타났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 오사카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당초 28일 오후 10시45분에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러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예정된 종료 시각을 훌쩍 넘겨 이어지며 한러 정상의 만남도 뒤로 미뤄졌다.

두 건의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진행된 G20 정상 문화공연 및 만찬의 지연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오후 9시30분에 끝날 예정이었던 문화공연과 만찬은 한 시간 정도 길어졌다. 때문에 오후 10시15분에 시작됐어야 할 프랑스와 러시아 간 정상회담은 마크롱 대통령이 회담장에 도착한 오후 10시 55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정상회담도 30분이 계획됐으나, 85분간 이어져 29일 새벽 0시20분에야 끝났다. 한러 정상회담은 예정된 시각을 111분을 넘긴 29일 새벽 0시36분에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측은 청와대와 우리 정부 측에 상황의 불가피성을 설명했고, 숙소에서 대기하던 문 대통령은 프랑스와 러시아 정상회담이 끝났다는 연락을 받은 후인 0시25분께 출발해 회담장에 도착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양측 참모들이 배석한 채 45분간 확대 회담을 한 뒤 문 대통령에게 별도의 단독회담을 요청해, 8분간 더 회담했다. 회담은 새벽 1시29분에 종료됐다.

푸틴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늦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계기에 이뤄진 두 정상의 첫 번째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34분 지각했다. 2018년 6월 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방문 때는 푸틴 대통령이 공식 환영식에 52분이나 늦으면서 이어진 정상회담도 40분 늦게 시작됐다.

푸틴 대통령은 2013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과 2016년 9월 러시아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 때도 각각 40분, 1시간45분이나 지각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른 국가 정상들과의 회담에도 늦는 사례가 적지 않아 '지각 대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는 4시간을 늦었고, 201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는 2시간을 늦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