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동시적·병행적 조치 北과 논의 가능"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는 28일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비건 대표의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과의 유연한 협상’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건 대표는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월에도 미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동시적, 병행적 조치’란 표현을 썼다. 비핵화와 관련한 큰 틀의 합의와 북한의 구체적 행동에 따른 상응조치를 그때그때 제공한다는 의미다. ‘북한의 선(先)비핵화 없인 아무것도 진전될 수 없다’는 과거의 입장과는 다르다.

비건 대표는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도 미·북 정상 간 친서 교환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 최근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또 “한·미 정상회담이 완전한 비핵화 및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면담했다. 대북 지원단체 유진벨재단과도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최근 대북 인도적 지원과 연관된 일정으로 보인다. 당초 비건 대표가 판문점을 방문해 북측과 실무접촉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