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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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7일 우리 정부에 “미국과 북한의 대화에 참견하지 말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권정근 미국담당 국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조미(북·미) 관계는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의 친분에 기초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연락을 해도 조미 사이에 가동되고 있는 연락통로를 이용하면 되고 협상을 해도 조미가 직접 마주 앉아 하게 되는 만큼 남조선 당국을 통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남북한 간 협상·교류 재개를 촉구한 데 대해선 “저들도 한판 끼여 무엇인가 크게 하고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면서 제 설 자리를 찾아보려고 북남 사이에도 여전히 다양한 경로로 그 무슨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여론을 내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북남 사이에도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에 대해선 ‘올바른 셈법’을 강조하는 기존 요구를 유지했다. 북한 외무성은 “조미 대화가 열리려면 미국이 올바른 셈법을 가지고 나와야 하며 그 시한부는 연말”이라고 못박았다. 또 “협상 자세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하고 말이 통하는 사람과 협상을 해야 하며 온전한 대안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정은과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하며 미·북 협상은 계속 이어가겠단 뜻을 밝혔다.

북한은 김정은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발언한 이후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통미봉남은 북한이 미국과는 실리적인 통상외교를 지향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참여는 배제하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은 최근 ‘담화문 선전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날엔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거론하며 “조미 수뇌분들이 아무리 새로운 관계수립을 위해 애쓴다고 해도 대조선 적대감이 골수에 찬 정책작성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한 조미관계 개선도,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북한 당국이 이틀 연속 담화를 내는 건 이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외무성 담화에 대해 “남북 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 간 합의를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간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일부 관계자는 “외무성 북미국장이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의견을 제시한 적은 있지만 담화 형식을 낸 건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좀 더 확인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