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정상화 합의' 추인 거부에
출구 못 찾는 국회

'합의 파기·재협상' 놓고 공방
커지는 '나경원 책임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5일 여야 3당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 합의안 추인을 거부한 자유한국당을 향해 “새로운 협상은 꿈도 꾸지 마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재협상하자”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제안을 단칼에 거절한 것이다.
25일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색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김명연 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25일 국회 의원회관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색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가운데는 김명연 한국당 의원. /연합뉴스

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는) 의원총회 추인을 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합의였다”며 “합의가 무효화됐기 때문에 민주당과 재협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조금 더 넓은 마음으로 재협상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새로운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은 꿈도 꾸지 마라”며 “어떤 전제 조건도 없이 국회에 복귀하라”고 촉구했다.

여야는 최소 이달 말까지는 협상 휴지기를 가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9월 정기국회 직전까지 강경 대치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선 이미 이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에 유감을 밝힌 데다 경제원탁토론회 개최 등을 약속해 최대한 성의 표시를 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당분간 먼저 대화 제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더 이상 새로운 절충안을 내놓거나 더 큰 양보를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선 국회 정상화 합의가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된 건 나 원내대표의 ‘전략적 판단 미스’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4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합의 후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 원내대표는 장외투쟁 고수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당 내 강경파와 국회 복귀를 외친 온건파 의원들 모두에게 비판을 받았다. 한국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지방 투어를 갈 게 아니라 오전부터 3당 원내대표 합의문을 들고 당내 중진들을 미리 설득하고, 추인받는 작업을 했어야 했다”며 “중진이 먼저 나서서 반대를 하다 보니 국회 복귀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입을 닫았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합의안 서명 전 오전 9시부터 북한 목선(木船) ‘입항 귀순’ 현장을 돌아본다며 강원 삼척을 다녀온 뒤 오후 3시에 국회에 복귀했다. 수도권의 한 한국당 의원은 “의원총회를 계속 이어가며 나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설득해야 했는데, 그런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며 “본인의 얼굴을 알릴 이벤트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내부에선 나 원내대표에 대한 책임론뿐 아니라 재신임 의견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건 없이 국회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한 부산 지역 의원은 “이렇게 민주당에 백기투항하려고 장외투쟁을 해왔냐”며 “민주당을 설득하든, 한국당 내 강경파를 설득하든 이른 시일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야 합의 불발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간은 이달 말 종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특위 활동기간 연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오는 28일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예정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행정안전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하는 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우섭/고은이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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