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의 숙소로 알려진 이곳은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북한을 방문한 외국 국가 원수는 국빈급 영빈관인 백화원초대소에서 묵었다. 
 /중국 CCTV 뉴스 화면  캡처
북한을 국빈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의 숙소로 알려진 이곳은 그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북한을 방문한 외국 국가 원수는 국빈급 영빈관인 백화원초대소에서 묵었다. /중국 CCTV 뉴스 화면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다섯 번째 정상회담을 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날 전용기편으로 중국 베이징을 출발, 평양에 도착한 시 주석은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하며,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돕겠다”고 했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미·북 협상에서 중국이 촉진자로 나서 양측의 대화를 추동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이에 “과거 1년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관련국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이는 보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의 경험을 배우겠다”고도 했다.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한 건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은 2005년 10월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 이후 14년 만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시진핑 "한반도 비핵화 적극 역할"…김정은 "인내심 유지, 성과낼 것"

북·중 정상회담 첫날인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황제급 예우’로 회담 일정을 시작했다. 6월은 시 주석의 생일(6월 15일)이 있는 달이다. 김정은은 회담 첫 일성으로 “중국과 소통하고 협력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한 화답이다. 북·중의 밀월을 대외에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중 우의 과시한 영접 행사

평양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시 주석 일행은 북측의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중국 신화통신과 CCTV에 따르면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 등을 태운 전용기는 이날 오전 11시40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김정은과 부인 이설주가 공항에 나와 영접했다.

공항 환영행사에선 21발의 예포가 울렸다. 시 주석은 김정은과 함께 북한 인민군 3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북한 측에선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이만건·이수용·최휘·김영철 당 부위원장, 이용남 내각 부총리, 이용호 외무상, 김수길 총정치국장, 이영길 총참모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 핵심 간부들이 대거 나왔다. 숙청설이 돌았던 김영철은 이날 영접 행사에 등장함으로써 건재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비행기에서 내려 김정은과 인사 후 환영식과 의장대 사열 등을 했고, 공항을 나서 김정은과 함께 무개차를 타고 회담장인 금수산기념궁전으로 이동했다. 1만여 명의 평양 시민은 시 주석 차량 행렬이 지나는 도로 양편에 도열해 ‘습근평’을 연호했다. 금수산기념궁전 광장에서 열린 환영 행사에는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 총리 등이 참석했다.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국빈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14년 전 후진타오 당시 주석까지만 해도 ‘공식 친선방문’이었다.

북·중 매체 일제히 “관계 격상”

김정은 만난 시진핑 "北 안보우려 해결 돕겠다"
시 주석과 김정은은 오후 4시께 첫 회담을 시작했다. 북·중 정상은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추진을 지지한다”며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했지만 적극적인 반응을 못 얻었다”며 2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실패 책임이 미국 측에 있음을 강조했다. 핵무기·미사일 시험을 중단했음에도 대북제재를 없애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며 “중국과의 협력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이라는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노동신문과 인민일보를 통해 북·중 관계가 격상됐음을 분명히 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 ‘형제적 중국 인민의 친선의 사절을 열렬히 환영한다’에서 “오늘 조중(북·중) 친선은 두 나라 최고 수뇌분들 사이의 두터운 친분관계에 기초해 새로운 높은 발전단계에 들어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시 주석의 방북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 안정에도 강한 믿음과 긍정적 에너지를 주입했다”고 보도했다. 또 노동신문이 1면에서 해외 지도자들의 기고문을 게재한 건 197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북한 측이 시 주석 방북과 북·중 우호관계를 고도로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제협력 방안도 회담 테이블에

양측은 경제 협력 분야에 대해서도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은 “중국의 경제발전과 민생개선 경험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방북과 함께 북한에 식량, 비료 등의 선물 보따리를 가져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의 지난해 3월 첫 방중 이후 중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북한에 쌀 100만달러어치와 비료 5000만달러어치를 무상 지원했다.

이날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청와대는 “(한반도 문제는) 결국 북·미 간에 풀게 될 것”이라며 중국 개입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일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북·중 간 만남 등 여러 움직임과 관련해 중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며 “곧이어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예정인 만큼 전반적 상황을 큰 그림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이미아/박재원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