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허문찬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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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송을 시작한 드라마 JTBC의 ‘보좌관’이 여의도에서 연일 화제다. 드라마는 국회의원과 정부 요인 등 권력자들을 주인공으로 했던 기존의 정치 드라마와 달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국회의원 보좌관이라는 직업을 다루는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 첫 방송 직후 국회에서는 대체로 호평이 쏟아졌다. 대중들에게 생소한 직업이었던 국회의원 보좌관이 어떤 일을 하는지, 국회는 어떤 일을 하는지 등을 비교적 잘 담아냈다는 평가다. 반면 드라마의 극적인 면을 강조하다 보니 다소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운 면이 보여 아쉽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보좌진들이 가장 억지스러운 장면으로 꼽는 장면은 단연코 송희섭 의원실의 장태준 수석보좌관(이정재 분)이 송 의원과 대척점에 있는 조갑영 의원을 협박하는 장면이다. 드라마 속에서 장 보좌관은 송 의원의 약점을 잡은 조 의원 앞에 역으로 후원금 의혹 증거 자료를 제시한다. 이에 격분한 조 의원은 장 보좌관을 뺨을 내려친다. 대부분의 보좌관은 이 장면을 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의원실에서 근무 중인 오상택 비서관은 “국회의원 보좌관이 의원을 협박하고 맞선다는 건, 사실상 이 업계에서 발을 떼겠다는 것 아니고서야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오 비서관은 “옛날보다 권위의식이 많이 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의원은 보좌진에 대한 인사권이 있는 사람”이라며 “국회의원이 보좌관을 때리는 것도 국회에 순식간에 소문이 나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직업으로서 국회의원 보좌진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치인의 꿈을 안고 들어와 도전하는 장면은 상당히 공감이 갔다”고 덧붙였다. 오 비서관은 내년 총선에서 울산 울주군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김모 보좌관도 “보좌관은 있던 의원이 의석을 잃거나 급수를 올리기 위해서 등의 이유로 의원실을 옮기는 일이 빈번한데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가 없다”며 “의원들도 보좌관들을 채용할 때 능력뿐 아니라 평판을 다 보고 채용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가는 국회에 발을 붙이고 있기 힘들다”고 했다.

김 보좌관은 조 의원이 초선인 여성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힐난을 늘어놓는 장면에서도 몰입이 힘들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초선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강선영 의원을 향해 “이래서 비례대표 여자들은 안 된다고 욕을 먹는 거다. 질의서 내용이나 더 세련되게 만들 생각을 해라”고 말한다. 김 보좌관은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식으로 한 마디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바로 여성 의원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난다”며 “단순히 논란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당 차원 징계나 심하면 의원직 사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나 당대표를 노리고 있는 의원이 같은 당 여성 의원에게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 초선 의원 의원실에서 근무 중인 최모 비서는 의원실에서 요청한 자료가 정부 기관으로부터 곧바로 제출되는 장면이 아쉽다고 했다. 최 비서는 “아무리 극적인 연출이라고 하지만 의원실에서 요청한 자료를 어떻게 정부 기관에서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뚝딱 내놓을 수 있나”라며 “자료를 제공하려면 해당 기관에서도 요청한 내용에 맞게 자료를 정리하고 내부적으로 승인도 해야 할 텐데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최 비서는 “그런 장면들이 방송되면 국회의원은 정부 기관에 모든 자료를 요청하고 즉각 받아볼 수 있는 것처럼 비칠까 두렵다”며 “의원실도 받아볼 수 없는 자료가 있고 받고 싶은 자료가 있어도 한참을 기다리거나 기관에 여러 번 부탁해야 한다는 점을 대중들이 아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