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을 하루 앞둔 1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1면에 기고문을 실었다. “조선반도(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대화와 협상에서 진전이 이룩되도록 공동으로 추동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북 협상 재개와 관련해 중국이 핵심 역할을 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북한의 화려한 예우

시진핑 "한반도 문제 적극 역할할 것…美·北 대화 진전 뒷받침"
시 주석은 이날 노동신문 기고로 사실상 방북 일정을 시작했다. 북한은 중국 주석이 방문할 때마다 노동신문에 기고문을 실었다. 2001년 9월 4일 장쩌민 주석 방북 당시 평양 도착 성명, 2005년 10월 29일 후진타오 주석 평양 도착 서면연설이 노동신문 2면에 실렸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번 시 주석 기고문은 1면에 실렸고, 글이 매우 길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14년 만에 중국 정상이 평양을 찾은 것에 북측이 예우에 최대한 신경 썼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중조(중국과 북한) 친선을 계승하여 시대의 새로운 장을 계속 아로새기자’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중국의 역할을 십분 강조했다.

“중국 측은 조선 측이 조선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을 견지하는 것을 지지하며 대화를 통하여 조선 측의 합리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화를 통한 비핵화 협상을 지지하되, 대북 제재 완화 등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주고받기식 해결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지난 18일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명의로 유엔 회원국들에 정제유의 대북 추가 공급을 즉각 중단토록 통보하자’는 미국 제안에 ‘보류’를 요청했다.

北을 미·중 협상 지렛대로

시 주석 방북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전쟁이 한반도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 같은 정세에 기꺼이 ‘장기판의 말’을 자처하고 미·중 사이를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통일부와 세종연구소 공동 주최로 열린 ‘2019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지금 중국과 미국은 무역·전략적 측면에서 점점 더 대립하고 경쟁 라이벌 관계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에게 뭔가를 하라고 강조하거나 설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기 한중친선협회 회장(전 국토통일원 장관)은 “시 주석은 미국과 대적하기보단 연착륙식 분쟁 해결을 원할 것이며 이를 위해 북한을 적극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은 미·중 두 패권국의 역학 관계를 잘 알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북한 생존을 위한 ‘새로운 길’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김정은, 대화 틀 남을 것”

외교부도 시 주석 방북과 관련해 “김정은이 계속 대화의 틀에 남아있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자료에서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여전히 대화 및 협상 구도 아래서 진행된다는 점을 의미한다”며 이같이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시 주석의 이번 북한 방문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