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월 말 미국과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인민군에 핵무력 강화 지침을 내렸다고 미국의소리 방송(VOA)이 17일 보도했다.

VOA는 지난해 11월 북한 조선노동당출판사가 발간해 인민군에 전달된 대외비 문건 ‘강습제강(강연이나 교육을 하라고 내리는 지침 서한)’을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의 핵전력에 겁을 먹고 핵무기를 빼앗기 위해 협상을 하자고 수작을 걸어왔다”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국 대통령과 최후의 핵담판을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당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결정될 미국과의 핵담판 결과가 무엇이든 그것은 우리가 만난신고(천신만고)를 다 극복하면서 만들어낸 핵무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세계적인 핵전력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최후의 결과를 얻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 장성 및 장교용으로 제작된 강습제강의 내용은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강조해온 한·미 당국의 설명과 정면 배치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2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부를 대상으로 비핵화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명분을 만들고 홍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아무리 김정은이라 해도 내부적으로는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핵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담판하니까 쉽게 핵을 내놓지 않는다’는 걸 말하게 돼 있다”며 “내부 교육자료와 외교적 목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문건 관련) 보도 내용을 당국이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으며, 문건의 진위 여부는 파악을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이날 북한이 핵탄두를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SIPRI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1월 기준으로 북한이 갖고 있는 핵탄두는 20~30기로 추정된다. 지난해 보고서에선 10~20기 보유로 추정됐다.

SIPRI는 “북한은 2018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핵무기 실험도 중지한다고 발표했지만, 군사핵 프로그램을 국가 안보전략의 핵심 요소로 우선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