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의회 연설
한반도 비핵화·평화 위한 '3대 신뢰' 제시

평화 56번, 신뢰 26번 언급
스웨덴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스웨덴 스톡홀름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스웨덴 정상회담과 한국전 참전 기념비 제막식 등의 일정을 마치고 16일 귀국한다.  /연합뉴스

스웨덴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스웨덴 스톡홀름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스웨덴 정상회담과 한국전 참전 기념비 제막식 등의 일정을 마치고 16일 귀국한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북한의 평화를 지켜주는 것은 핵무기가 아니라 대화”라고 말했다. 또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을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스웨덴 의회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남북한 간의 평화를 궁극적으로 지켜주는 것은 군사력이 아니라 대화”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에 세 가지 신뢰 구축 방안 제의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남북한 국민 간 신뢰, 대화에 대한 신뢰, 국제사회 신뢰 등 남북이 서로 가져야 할 세 가지 신뢰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12일 핀란드에서 ‘국민을 위한 평화’라는 ‘오슬로 구상’을 내놓은 데 이어 신뢰와 대화를 화두로 꺼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평범한 평화’를 통한 남북 국민 간 신뢰를 첫 번째로 꼽았다.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적대 행위가 중단되는 등 작지만 구체적인 평화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런 평화가 지속적으로 쌓이면 적대가 사라지고 항구적 평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대화에 대한 신뢰’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의 길을 걸어간다면 전 세계 어느 누구도 북한의 체제와 안전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로의 체제는 존중돼야 하고 보장받아야 한다”며 “그것이 평화를 위한 첫 번째이며 변할 수 없는 전제”라고 언급했다. 북한에 대한 신뢰 구축 행위를 촉구함과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서도 북한 체제 보장에 적극성을 보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 국민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하며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며 국내 보수층 일각의 ‘대화 무용론’을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국제사회 신뢰를 강조하며 북한의 적극적 대화 노력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전제했다. 또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때까지 양자, 다자를 가리지 않고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북 제재 완화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북한이 진정으로 노력하면 국제사회가 즉각적으로 응답할 것이며 북한의 안전도 국제적으로 보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서 ‘평화’는 56번, ‘신뢰’는 26번, ‘대화’는 18번이나 언급됐다.

핵무기 포기한 ‘스웨덴의 길’ 믿어

문 대통령의 이날 연설에 대해 청와대는 “스웨덴이 성공적으로 비핵화로 전환한 대표 국가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서울과 평양, 판문점(중립국감독위원회) 등 세 곳에 대표부를 둔 나라인 점을 감안했다”고 전했다. 북한에 핵보다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는 것이 훨씬 더 평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메시지를 제시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장소를 골랐다는 설명이다.

1960년 말 자체 핵무기 기술 개발을 완료한 스웨덴은 주변국의 우려와 국내 논란을 거치면서 핵을 포기하고 공동 번영을 택한 대표 국가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핵 개발 기술을 갖고 있던 스웨덴이 핵을 포기할 수 있었던 데는 전쟁 위협에 핵 무장으로 대처하기보다 평화를 통한 번영이 가능하다는 신뢰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앞서 방문한 노르웨이 오슬로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6월 말 방한 이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데 이어 이날 대화를 위한 ‘세 가지 신뢰’ 원칙까지 밝힘에 따라 남·북·미 간 본격적인 대화 국면이 조성될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의회 연설 후 현지 의회 및 외교전문가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북·미 간, 남북 간 물밑 대화는 계속 이뤄지고 있어 대화 모멘텀은 유지되고 있다”며 “북·미 간, 남북 간 대화가 너무 늦지 않게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의회연설 후 스웨덴의 간판 전자회사인 에릭슨을 방문한 데 이어 양국 기업인과 정부 인사 230여 명이 참석한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에서 미래차와 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를 계기로 볼보자동차의 10조원 규모 전기차배터리 공급자로 선정된 LG화학은 스웨덴과 친환경차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 9일부터 국빈 자격으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3국을 차례로 방문한 문 대통령은 16일 6박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스톡홀름=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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