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에서 ‘미·중 통상분쟁과 한국의 대응과제’를 주제로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이 행사에는 이주영 국회 부의장(사진)을 비롯해 최도열 국가발전정책연구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의장은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가 우리의 생사와 흥망을 가르는 선택의 강요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중국 내 애플 제품 생산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글 역시 중국 내 하드웨어 생산기지를 대만과 말레이시아로 옮기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을 피하기 위해 ‘차이나 엑소더스’에 나설 조짐인 것으로 풀이된다.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류양웨이 폭스콘 반도체부문 대표는 전날 본사에서 열린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애플이 생산라인을 중국 밖으로 이전하도록 요구한다면 폭스콘은 애플의 이런 요구에 완전히 대처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이어 “회사는 고객 요구에 따라 전 세계 공장에서 생산을 할 수 있다”며 “이미 생산라인 25%는 중국 밖에 있다”고 덧붙였다. 류 대표는 “애플이 아직 중국 공장 이전을 요구하진 않았다”고 했다.폭스콘은 중국 외에 멕시코 태국 일본 대만 등 15개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하지만 주력 공장은 정저우 청두 등 중국에 있다. 폭스콘이 중국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력만 1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스콘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안팎이다."고율관세·中 압박 피하자"…구글도 '脫중국'에 동참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지면서 중국을 떠날 것을 검토하는 글로벌 기업은 폭스콘 한 곳만이 아니다. 구글도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미국의 고율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이 네스트 온도조절기와 서버 하드웨어의 일부를 중국 밖으로 이전하려고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이미 관세를 피해 미국 시장에 판매할 서버 머더보드(메인보드) 생산시설 대부분을 대만으로 옮겼다. 중국산 서버 머더보드는 인쇄회로기판으로 분류돼 미국에서 수입할 때 25%의 관세가 부과된다.구글의 생산기지 이전은 미국이 중국 제품에 부과하는 고율관세뿐 아니라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적대적 태도도 고려한 조치로 분석된다.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현재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어 고율관세가 부과되지 않고 있는 나머지 3000억달러가량의 중국 제품에도 최고 25% 관세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상당수 일본 기업도 중국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 리코(사무기기), 카시오, 아식스 등은 생산기지를 중국 밖으로 이전했거나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중국 정부는 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압박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산업정보기술부는 지난 4~5일 주요 글로벌 기술기업들을 불러 표준적인 다각화 차원을 넘어서는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당시 중국이 부른 기업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델,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등이 포함됐다.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미·중 무역전쟁이 이달 말 양국 정상회담에서 해결될 가능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 측이 번복한 원래 합의 조건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협상을 타결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고위 관료들은 담판이 이뤄진다 해도 최종 타결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에 대해 반응을 내놓지 않고 우군 확보를 위해 중앙아시아 방문에 나섰다.트럼프 “내가 협상 쥐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협상을 못 하도록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나”라며 “우리는 중국과 훌륭한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전혀 합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합의했었다”며 “중국이 그 합의로 돌아가지 않으면 타결하는 데 관심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간절히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며 중국이 4∼5개 쟁점에 다시 합의하지 않으면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양국은 작년 12월 전격적으로 휴전에 들어간 뒤 수차례 고위급 협상을 벌였다. 지난달 초 양국은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위안화 환율조작 △사이버 절도 △산업보조금 지급 등을 막는 내용의 합의안 초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중국이 막판에 합의 사항 법제화를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미국은 90%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중국의 번복 때문에 판이 깨졌다고 비난하고 있다.양국은 오는 28∼29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담판을 추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사이의 갈등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평가했다.하지만 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이뤄진다 해도 최종 타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이날 CNBC에 나와 “잘해야 앞으로 나아가는 데 대한 합의의 일부일 것”이라며 “최종 합의가 아닐 것이란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도 “정상회담은 합의를 끝내는 자리가 아니라 다시 협상할 기회”라고 설명했다.미국에선 타협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양국이 무역 합의에 이르지 않아도 미 경제는 올해 3%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항전 의지 다지는 중국중국도 굽히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12~14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14∼16일엔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에서 열리는 아시아 상호협력 신뢰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월관계를 과시한 데 이어 중앙아시아를 방문해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중국 정부는 12일 지방정부가 철도와 고속도로, 전기, 가스공급 프로젝트에 특수채를 발행해 조달한 돈을 쓸 수 있게 허용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둔화를 돌파하기 위한 부양 조치다. 이 과정에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채권 발행을 지원키로 했다.중국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10일부터 장시성과 네이멍구자치구, 푸젠성 등 자국 내 희토류 주요 산지에서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 불법 개발 및 수출을 단속하겠다는 의도다. 중국이 희토류를 미국 압박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희토류 수출은 3640t으로 전달보다 16%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중국 정부 입장을 가장 먼저 트위터로 내보내는 중국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인은 이날 “중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가끔 보내는 유화적 신호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뉴욕=김현석 특파원/베이징=강동균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의 베이스라인(기본 전제)은 이미 다 바뀌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이달 말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미·중 양국이 무역협상에 합의할 것으로 가정하지 않습니다.”월가 자산운용사의 A씨의 말입니다.뉴욕 증시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는 겁니다.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시 주석이 G20 회의에 오지 않으면 관세를 때리겠다”고 언급한 건, 오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감지한 탓일 수도 있다는 추정도 있습니다.시 주석으로선 항복하러 갈 수 밖에 없다면 아예 가지 않을 수 있겠지요.양국 합의가 힘들 것으로 보는 건 지난달 협상 결렬의 원인인 '법제화' 조건을 놓고 어느 측도 물러서기 어렵기 때문입니다.중국으로선 모든 양보 사항을 법제화하는 건 체면이 깎일 뿐 아니라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게다가 법제화 거부를 결정한 장본인이 시 주석인데, 이를 뒤집기는 힘들 겁니다.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핵심 조건인 법제화없이 합의한다는 건 사실상 옵션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이 협상 타결을 원하지만, 올 초 합의했던 협상 조건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타협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습니다.양국간 충돌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뉴욕 증시는 멀쩡합니다.오늘도 장 초반 7일째 상승하다가 약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다우 지수는 0.0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03%, 나스닥은 0.01% 내렸습니다.왜일까요. A씨는 "양국이 치열한 무역전쟁 속에 자국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증시는 쉽게 내려가진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습니다.중국 정부는 이날 인민은행과 재정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함께 성명을 내고 지방정부가 철도와 고속도로, 전기, 가스공급 프로젝트에 특수채를 발행해 조달한 돈을 쓸 수 있게 허용했습니다.이런 파격적 부양책으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2.58% 급등했습니다.미국에선 미 중앙은행(Fed)의 등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르면 7월부터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큽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틀째 Fed를 비난하면서 금리 인하를 요구했습니다.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미중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도 미국은 올해 3%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리 인하를 가정한 얘기입니다.트럼프 대통령은 재정 부양 정책과 이란과의 전쟁, 2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등 다른 옵션들도 갖고 있습니다.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