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정부발행 지속가능채권…"주문 60억달러 쇄도, 가산금리 역대 최저"

정부가 15억 달러 규모의 미국 달러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금리 수준으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15억불 외평채 발행…"해외투자자, GDP 감소 괘념치 않아"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1시 30분(현지 시간 12일 낮 12시 30분) 미국 뉴욕에서 만기 5년짜리 녹색 및 지속가능(Green and Sustainability) 채권과 만기 10년 일반 채권 두 종류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발행규모와 표면금리는 5년물(만기 2024년 6월 19일)은 5억 달러·2.0%, 10년물(만기 2029년 6월 19일)은 10억 달러·2.5%다.

앞선 2017년에 10년물 10억 달러, 작년에는 10년물 5억 달러와 30년물 5억 달러의 외평채를 각각 발행한 바 있다.

녹색 및 지속가능 채권은 사회적 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SRI) 채권의 한 종류다.

SRI채권은 녹색채권에서 시작돼 최근 사회적 채권(Social Bond), 지속가능채권(Sustainability Bond)으로 확대·발전하는 추세다.

그동안 외국 정부가 발행한 SRI 채권은 모두 녹색채권으로, 이번 외평채는 세계 최초로 정부가 발행한 지속가능채권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정부는 이 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한국투자공사(KIC)에 위탁해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책임 분야에 투자한다.

이번 발행은 올해 4월 만기 상환한 15억 달러에 대한 차환이 목적이다.

기재부는 이날 외평채를 발행한 이유와 관련해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하며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번 외평채의 발행금리와 가산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발행금리는 5년물의 경우 미국 국채금리에 30bp(1bp=0.01%포인트)를 더한 2.177%, 10년물은 55bp를 더한 2.677%다.

이는 기존 달러화 표시 외평채 최저금리(2017년 2.871%)보다 낮은 수준이다.

5년물의 가산금리는 우리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홍콩이 최근 발행한 그린본드 가산금리(지난달 22일 32.5bp)보다 2.5bp 낮다.

10년물도 역대 최저 가산금리(2017년 55bp)와 같은 수준이라고 기재부는 강조했다.

가산금리는 발행자의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낮고,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높다.

두 종류 외평채 모두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같은 조건의 외평채 금리보다 3bp 낮은 수준에서 발행됐다고 기재부는 덧붙였다.

기재부는 일반적으로 채권을 신규 발행할 때 투자자들이 유통금리 대비 추가 금리를 요구하지만, 이번 발행은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추가 금리 없이 발행됐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아울러 애초 10억 달러 규모 외평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투자자 주문이 6배(60억 달러) 이상 집중되면서 발행 규모를 올해 한도인 15억 달러까지 확대하고 금리도 최초 제시금리에서 20∼25bp 축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초 제시 가산금리는 5년물 55bp, 10년물 75bp였다.

전반적인 투자자 구성도 매우 양호하다는 평가다.

투자자를 분석한 결과 이번에 발행한 채권의 49%는 우량투자자로 평가받는 중앙은행·국부펀드가 인수했다.

이들의 비중은 작년 발행 금액 내 비중(16.5%)보다 높아졌다.

국가별로는 녹색 및 지속가능채권 전문투자자가 많은 유럽계 투자자의 비중이 작년 12%에서 이번에 25%로 확대됐다.

다만 미국 투자자의 비중은 49%에서 19%로 줄었다.

이는 미국 투자자들이 올해는 발행하지 않은 30년물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15억불 외평채 발행…"해외투자자, GDP 감소 괘념치 않아"

기재부는 이번 외평채 발행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해외투자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외평채 금리는 민간부문 외화채권의 준거 금리(벤치마크)가 되기에, 기업 등 우리 경제 전반의 외화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와 함께 녹색 및 지속가능 채권 발행을 통해 혁신적 포용성장 등 정부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을 높였다는 의미도 있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같은 기관을 런던에서 8곳, 뉴욕에서 7곳 만나며 채권 발행을 지휘한 김윤경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투자자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의 전망을 가장 궁금해 했다"며 "남북관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통과, 가계부채·부동산 관련 위험 요인 등에 대해서도 질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투자자들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와 4월 경상수지 적자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경기 사이클 측면이라고 보며 크게 괘념치 않는 모습이었다"며 "우리나라가 신용등급이 비슷한 국가 중에서 경제위기 대응 능력이 뛰어나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를 기초로 상당히 많은 주문을 낸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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