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부르는 민경욱  /연합뉴스

애국가 부르는 민경욱 /연합뉴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지난 9일 “천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 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는 공식 논평을 냈다. 북유럽 3국 순방을 떠난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다. 여기서 ‘천렵질’이란 단어가 논란이 됐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걸 공당의 논평이라고 내놓다니 토가 나올 지경. 쌍욕보다 더한 저질 막말”이라고 비판했다.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엔 천렵질이 상위권에 올라왔다. 관련 기사엔 ‘천렵질이 무슨 뜻이길래 막말이라는 거냐’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후 민 대변인은 또 반박 논평을 냈다. “대통령 비판은 모조리 막말인가. 야당의 정당한 비판을 꼬투리잡고, 막말로 몰아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악의적 시도가 장탄식을 불러일으킨다”고 썼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민 대변인을 감쌌다. “아무것이나 막말이라고 하는 그 말이 바로 막말”이라고 했다.

‘천렵’이란 ‘냇물에서 고기잡이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해외 순방을 떠난 대통령을 응원하진 못할 망정 천렵질이라는 단어로 비하하는 게 야당이 기껏 할 수 있는 비판이냐”고 지적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질’은 주로 좋지 않은 행위에 비하하는 뜻을 더할 때 쓴다. 반면 한국당 관계자는 “천렵 자체는 청와대를 견제해야할 의무가 있는 야당 대변인 입장에서 충분히 쓸 수 있는 단어”라고 맞받았다.

‘천렵질 공방’의 배경엔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신경전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막말은 유권자들의 호감을 가장 쉽고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는 소재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막말의 비판의 소재로 삼아서 ‘막말 정당’ 프레임을 씌우는 게 좋고, 한국당은 여기서 벗어나야한다. 일각에선 최근 일부 의원들의 언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당이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천렵질’ 총대를 맨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천렵질이라는 막말인지 아닌지 애매한 단어를 일부러 써서 그간 막말로 비판받아왔던 한국당이 판세 뒤집기에 나선 것 아닌가”라고 했다.

여야 간 자극적인 비판과 말꼬리잡기는 얼마간 이어질 것이란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막말의 기준이라는 게 당이 혼내면 막말이고, 당이 인정하면 막말이 아닌 것”이라며 “황 대표가 민 대변인 감싸기에 나선 이상 자극적인 발언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민 대변인의 글이 막말이 아니냐고 보냐는 질문에 “여러분들이 읽어보시라. 보시면 다 판단할 수 있지 않나”고 했다.

민 대변인은 천렵질 논란 이후인 11일 페이스북에 “나도 피오르 해안 관광하고 싶다”고 적었다. 피요르(빙식곡이 침수해 생긴 좁고 깊은 후미)는 노르웨이의 유명한 관광장소로, 북유럽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을 또 비판한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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