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1일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해산을 청구한 국민청원에 대해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며 선거를 통해 국민이 심판해 달라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당은 즉각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날 국민청원 답변자로 나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당 해산 청원에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국민이 참여했다는 것을 보면, 우리 정당과 의회정치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평가가 내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주권자의 뜻을 무겁게 느낀다”고 했다. 지난 4월 22일 올라온 한국당 해산 청구 청원은 역대 최다 인원이 참여한 183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대한 ‘맞불’ 형식으로 이뤄진 민주당 해산 청원 역시 33만 명이 동의했다.

헌법상 정당 해산은 법무부의 제소와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의 청구를 거쳐 헌법재판소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 강 수석은 “정당에 대한 평가는 선거를 통해 내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민청원으로 정당 해산을 요구한 것은 ‘내년 4월 총선까지 기다리기 답답하다’는 질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당 해산 청구는 정부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주권자이신 국민의 몫으로 돌려드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헌법정신을 지키는 주체는 국민이며, 국민은 선거를 통해 주권을 행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4월 총선을 통해 정당을 심판해 달라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국회를 향한 비판도 더했다. 강 수석은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0건이고,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은 48일째 심사조차 못하고 있다”며 “국회가 스스로 만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국민께 큰 실망을 준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선거운동과 다름없는 말”이라며 “이런 정치적 행위가 우리 국회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어 “대통령에 이어 강 수석까지 정치에 나서고 있다”며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서는 “국가 최고지도자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정치로부터 최대한 떨어져 국정을 살펴야 할 대통령이 지금 정치의 가장 전면에 나와 있다”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지금까지 국회 파행 과정과 이유도 한번 되짚어 보면 여야 불화와 정쟁 한가운데에 대통령의 파당 정치가 있다”며 “민생 국회의 대표적인 반대자는 바로 문 대통령”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도 “청와대는 홀로 고고한 양 ‘주권자의 뜻’ 운운하며 청원게시판을 정치선전 도구화시켰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이미 정치 선동장으로 변질돼 버린 청와대 국민게시판의 존재 이유를 묻는 국민 여론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박재원/고은이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