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대학에 미래사령부 두는데…한국에선 軍·學 협력 걸음마 수준"
“미국의 과학기술 분야 박사학위자 중에서 펜타곤(국방부) 과제를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7일 정재원 KAIST 안보융합연구원 교수(55·사진)는 “미군은 미래전에 대비할 연구를 위해 대학에 조(兆) 단위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한국군은 돈이 없어 오히려 대학에 손을 내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대학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미래 기술을 발굴해내는 역할을 맡고 있는 미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올해 예산은 34억2700만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미 육군은 지난해 7월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미래사령부를 아예 텍사스 오스틴대 안에 설치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미래전을 대비한 군·학 협력 의지는 있지만 예산이 없는 한국군의 현실을 지적했다. 육군의 요청으로 KAIST AI(인공지능)협업연구센터에 대령이 팀장을 맡은 6명 규모의 1개 팀이 입주해 있는 게 고작이다. 정 교수는 “지휘관들을 초청해 군에 접목할 수 있는 AI 기술교육을 하지만 이마저 모든 비용을 KAIST 측이 대주고 있어서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무기를 실제 사용하는 군과 예산을 쥐고 있는 방위사업청 간 간극이 크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군에서 소요를 제기할 때 실험과 연구를 해봐야 하지만 예산이 없어 외국 보고서에 의존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결과 개발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어 오히려 개발시간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정 교수는 “미군처럼 각 군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소요 기획 예산 항목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42기 출신이다. 방위사업청 설립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 그는 올해 대령으로 전역했다. KAIST에서 2017년부터 안보융합 연구를 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