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유니세프 대북인도사업에 800만달러 지원 확정…내주께 송금 전망
식량지원도 본격 검토…김연철 "구체적 방법론 WFP와 논의 계속"


정부가 북한의 취약계층을 돕는 국제기구의 사업에 800만 달러(약 94억7천만원)를 지원하기 위한 집행 절차를 마무리 지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이 첫발을 떼게 됐다.

정부는 5일 남북교류협력기금을 지출하기 위한 절차인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에서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영양지원 사업(450만 달러)과 유니세프의 북한 모자보건 사업(350만 달러)에 총 800만 달러를 무상 지원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국제기구에 집행 결정 사실을 통보하고 국제기구로부터 필요한 계좌를 수령해 입금하게 되며, 이르면 다음 주 중 송금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 정부 들어 국제기구를 통한 당국 차원의 대북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대북지원을 한 것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UNFPA)의 '사회경제인구 및 건강조사 사업'에 80만 달러를 지원한 게 마지막이었다.
文정부 대북지원 '첫발'…800만弗 국제기구 공여 곡절 끝 재의결
사실 정부의 이번 공여는 지난 2017년 9월 이미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나 실제 집행까지는 성사되지 못했던 사안이다.

정부는 그때도 교추협 의결 절차까지 밟았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집행을 보류했다.

당시 북한의 계속된 도발로 여론이 악화하고 강력한 대북압박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공여가 이뤄질 경우 대외적으로 비칠 메시지 등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난달 3일 북한의 최근 식량 사정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 실태가 담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WFP의 공식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정부의 기류도 바뀌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사정은 최근 10년 사이 최악 수준이며, 올해(2018년 11월∼2019년 10월)만 약 136만t의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고서 발표 나흘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정상 차원'의 교감도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인도적 지원 검토 방침에 또다시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달 17일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해 나간다는 원칙 하에 우선적으로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공여를 재추진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동포에 대한 어려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과 더불어 유엔 기구를 통한 대북지원을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결단으로 평가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자금추적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국제사회의 대북지원금은 총 1천570만달러로 이중 스위스가 전체 지원금의 49.6%에 해당하는 780만달러를 지원했고 그다음은 러시아 400만달러, 스웨덴 244만달러, 캐나다 57만달러 등이다.
文정부 대북지원 '첫발'…800만弗 국제기구 공여 곡절 끝 재의결
국제기구를 통한 이번 공여를 발판 삼아 정부는 대북 식량지원사업 추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미 국제기구와 약속한 공여 추진과 별개로 각계각층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대북 식량 지원의 시기와 규모,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부적으로 직접지원과 국제기구를 통한 간접지원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전날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간담회에서 "구체적인 방법론과 관련해 WFP와 구체적인 논의를 계속해서 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 관련 향후 계획 등을 묻는 말에 "정부는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 허용해 나가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