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정책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이 특정 정당의 싱크탱크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대북 식량 지원 의사를 밝히고, 타 지방자치단체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박 시장이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연구원과 민주연구원은 3일 서울시청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서울시 정책연구 성과와 입법연구를 공유하자는 취지다. 박 시장은 “민주당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문재인 정부와 서울시, 민주당의 삼각 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민주연구원이 시장님과 서울시의 축적된 연구 성과와 정책 성과를 배우고 공유하는 좋은 사례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서울시에 (업무 협약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민주연구원은 서울시 외 10여개 지자체 산하 연구원에도 업무협약을 제안했다.

박 시장의 측근 인사들이 대거 총선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연구원의 연구 역량을 측근 인사들의 공약 개발에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준병 전 행정1부시장과 박양숙 전 서울시 정무수석, 진성준 전 정무부시장 등은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박 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허영 춘천시 지역위원장과 천준호 강북구 지역위원장도 출마할 예정이다.

박 시장이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대권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일 팟캐스트 방송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대북 식량 지원의사를 밝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해 100만 달러(11억9000만원)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그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에 헌신해 온 국내 민간단체의 요청도 적극적으로 수렴해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며 지원범위 확대를 시사했다.

다른 지자체에 대한 영향력도 넓히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2일 서울과 지역간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며 총 2400억원 규모의 예산을 귀농·귀촌 등에 지원하기로 했다. 당시 정책 발표에 29개 기초 지자체장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정부도 아닌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다른 지자체 경제 활성화에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