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국방장관이 북한을 향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국제적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가 북핵 정책의 원칙이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 미 정부가 공식용어로 사용 중인 ‘완전하고 최종적이며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보다 한 단계 높은 수위의 표현이다. 3국은 또 연합훈련을 포함해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 손 잡은 한·미·일 국방 > 정경두 국방장관(왼쪽부터)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3국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은 채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손 잡은 한·미·일 국방 > 정경두 국방장관(왼쪽부터)과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3국 국방장관 회담에 앞서 손을 맞잡은 채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北 발사체=단거리 미사일’ 결론

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은 2일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가 열리고 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100분간 회동했다. 공동언론보도문에서 3국 국방 수장은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확립하려는 외교적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철저한 이행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보도문에는 “3국 장관이 북한의 불법 해상환적을 억제·방지·근절하기 위한 지속적인 국제협력을 포함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한다는 국제사회 공약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명시됐다. 미 법무부는 지난달 9일 북한 석탄을 불법적으로 운송했다는 혐의로 북한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압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를 내세워 즉각 반환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국 국방장관은 북한의 5월 두 차례에 걸친 ‘미사일 도발’에 대해 “각국의 평가를 공유하고, 관련 동향을 계속 주시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공동보도문에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한·미는 북한의 5월 4일 도발에 사용된 무기도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지난 1일 본회의 연설에서 “북한은 5월에 두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비핵화 협상에서 이탈해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군은 이전까지 5월 4일 도발에 사용된 무기를 ‘단거리 발사체’라고 표현해왔다.

문 대통령, 3일 섀너핸 대행 접견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이 활성화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국 국방장관은 공동보도문을 통해 “한·미·일이 주도하는 3자, 그리고 다자 안보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보공유, 고위급 정책협의, 연합훈련을 포함해 3국 안보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7년까지만 해도 3국은 군사·안보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했다. 하지만 올초 ‘초계기 갈등’ 등 한·일 국방당국 간 감정싸움이 격화되면서 3국 공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1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도 막판에 가까스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과 이와야 방위상은 8개월 만에 이뤄진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40분간 만나 해상 갈등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지만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에 그쳤다. 일본 언론들은 “양측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평가했다. 한·미 연합훈련도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규모가 축소되거나 연기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일은 올 4월까지 미사일 기동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섀너핸 장관 대행을 접견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뒷받침해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섀너핸 장관 대행의 최근 발언 등을 감안하면 깊은 대화가 오가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섀너핸 장관 대행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한 바 있다. 1일엔 “북한이 인접 지역의 동맹국들 및 미국 영토, 그리고 전진 배치된 미국의 전력을 타격할 수 있는 위협적 수준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아시아안보회의를 통해 한국이 처한 군사·외교적 위기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는 얘기다. 섀너핸 장관 대행은 이날 인사말에서 한·미·일을 “역동적인 세 개의 강력한 태평양 민주주의 세력”이라고 표현하며 “3국 간 회의는 완전히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가치와 원칙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대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전날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장관격)에게 경북 성주에 배치된 미군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북핵 방어용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