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등 한반도 현안 산적 속 한미소통 지장 우려도

주미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한미 정상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 워싱턴 소재 주미대사관이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앞서 청와대는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을 언급한 것과 관련, 강 의원에게 한미 정상통화 내용을 유출한 외교관 K 씨를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주미대사관에 대한 외교부 차원의 감사가 진행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조사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오면 관련해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 간 전화통화 내용은 3급 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에 따르면 3급 비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 보장에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로 돼 있다.

주미대사관 측은 지난주 K 씨에 대해 '업무배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전체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외교부 감찰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사관 직원들은 착잡한 표정 속에 숨을 죽이고 있는 분위기이다.

외교부는 감찰 범위와 관련, 전체적으로 시스템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어서 조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거나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카카오톡이나 메신저 등 소셜미디어(SNS) 사용을 자제하려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조윤제 대사는 이번 감사와 관련, 대사관 직원들에게 "있는 그대로 성실히 조사에 임하라"는 지침을 내렸으며, "중요한 업무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안과 무관하게 예정된 것이긴 하지만, 내주부터 2주간 감사원의 정기 감사도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미대사관이 한미 외교의 최전선에서 그 '첨병' 역할을 해온 상황에서 이번 일이 양국 간 정보공유 등 긴밀한 소통 등에 지장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대외 공개가 불가한 기밀로 분류된 정상 간 통화 내용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자칫 한미 간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장 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및 한미정상회담 준비는 물론, 북미간 교착·긴장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돌파구 마련을 위한 한미 간 긴밀한 조율 및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이 사안은 한미 간 신뢰를 깨는 문제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발 한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3급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상 간 통화 내용이 누설된 것은 한반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단 대사관 측은 한미정상회담 준비 등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 속에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