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軍 화웨이 장비 전수조사

"핵심 통신망선 없었지만
非보안 영역서 사용 확인"
국방부가 통신망 등 군(軍) 보안과 관련해 화웨이 장비 사용 실태를 전수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연합사령부 등 미 군당국의 협조 요청을 감안해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反)화웨이 동맹’ 동참을 위한 미국의 요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軍), 화웨이 퇴출 나서나

23일 군 관계자는 “최근 국방부 주도로 전군의 보안 실태를 점검했다”며 “화웨이 장비의 사용 여부가 초점이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군 당국 관계자는 “보안 CC(국제공통평가기준) 인증이 필수인 핵심 통신망에선 화웨이 제품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다만 비(非)보안 영역에 화웨이 제품이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돼 교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화웨이코리아 관계자는 “국방부에 수년간 부품을 공급해왔지만 여태껏 보안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가 어떤 계기로 이뤄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군 전문가들은 작년 말부터 가시화된 미국의 반화웨이 전략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연합사에서도 국방부에 조사 현황을 수시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외교 라인’을 통해 미국편에 서라는 ‘메시지’를 수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군 통신망뿐만 아니라 민간 5세대(5G)망에서도 화웨이를 퇴출시키라는 요구다.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대중 정책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말들이 나오자 이날 외교부는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면서도 “미 측은 5G 장비 보안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으며, 우리도 이런 입장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양국은 이번 이슈에 관해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나 구체적인 협의 내용은 밝힐 수 없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화웨이 배제’를 충실히 따르는 나라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가 꼽힌다.

‘사드사태’ 재연될라

미국의 압박이 가시화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방위산업이 직격탄을 맞을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이미 자국 방산업체에 중국산 제품을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 중이다. 한국 국방부도 통신망을 넘어 무기체계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방기술품질원 관계자는 “중국산 완제품은 거의 없지만 반제품은 적지 않게 사용된다”며 “기술력도 나쁘지 않고 가성비가 좋다”고 말했다. 그는 “무기에 들어가는 부품은 중국산으로 분류할 뿐 제조사별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화웨이 제품인지는 사실상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당장 ‘화웨이 퇴출’을 방위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드사태’가 또다시 재연될 수 있어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특정 국가 및 제조사의 제품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국가계약법 위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원 KAIST 안보융합연구원 교수는 “국방부가 하루아침에 국내에 납품하는 제품에 중국산 부품을 쓰지 말라고 방위산업체에 요구하면 우리 업계가 입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했다. 국내 납품용과 수출용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수출을 위해선 중국산 부품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동휘/임락근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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