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 우라늄 농축시설 의심…美언론은 '강선' 지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에 이미 알려진 영변 외에 추가 핵시설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들 시설의 위치와 성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핵시설은 영변과 풍계리 등 2곳뿐이지만, 미국은 나머지 시설 폐기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핵시설 인정 여부가 향후 협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 열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내 핵시설 5곳 중 1∼2곳만 폐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을 떠날 때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왜냐하면 그는 (핵시설) 1∼2곳(site)을 없애길 원했다.

그렇지만 그는 5곳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곳이 어디에 있는 어떤 성격의 시설인지 설명하지 않았지만, 핵무기 원료인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우라늄 농축시설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직후 현지 기자회견에서 "나오지 않은 것(북한 핵시설) 중에 저희가 발견한 것들도 있다"면서 추가로 발견한 시설이 우라늄농축과 같은 것이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2곳'은 영변 핵시설과 풍계리 핵실험장으로 추정된다.

5메가와트(MWe) 원자로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플루토늄 재처리시설, 우라늄 농축시설 등을 갖춘 영변은 북한이 2010년 11월 미국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를 초청해 공개된 바 있다.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작년 5월 외국 취재진 참관하에 공개적으로 폭파했다.

나머지 시설은 북한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국이 정찰위성 등 정보 자산으로 파악한 시설로 추정된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영변 외의 장소에서 우라늄 농축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고농축우라늄은 대규모 재처리시설 등이 필요한 플루토늄보다 작은 공간에서 만들 수 있어 훨씬 숨기기 쉽다.

원심분리기 750∼1천개를 1년 가동하면 핵무기 1기 제조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 약 25㎏를 확보할 수 있는데 이 정도의 시설은 180여평(600㎡)의 지하 공간만 있으면 구축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월 22일 익명의 전직 청와대 관리를 인용해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여러 시설에 분산시킨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대 10개소 안팎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평양 근교 지하에 집중됐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타 시설일 가능성도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변 정도의 시설을 운영하려면 관련 연구시설과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파일럿 공장, 원심분리기를 생산하는 공장도 따로 있을 것"이라며 "영변에 있는 시설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거대한 단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라늄 농축시설 등이 위치한 장소로는 평양 외곽 천리마구역에 위치한 것으로 전해지는 강선 단지가 거론된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작년 7월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를 인용해 북한이 영변 이외에 운영 중인 우라늄 농축시설은 '강성(송)'(Kangsong) 발전소로 알려졌다고 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2010년부터 운영된 이 발전소의 이름을 '강선'(Kangson)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강선을 포함해 영변 외 지역에 농축시설을 운영한다는 의혹을 인정한 적이 없다.

미국이 다른 용도의 시설을 핵시설로 오인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미국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사찰을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은 1998년 북한이 금창리에 지하 핵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1999년 금창리를 방문한 미국 조사단은 '텅 빈 굴'만 발견했다.
트럼프 "북한 핵시설 5곳"…영변 外 시설 더 있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