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제미니호 선원 납치사건 이후 역대 두번째 장기 피랍
외교부 "UAE와 리비아국민군의 특수관계, 한국인 석방에 기여"

한국인 주모(62·남)씨가 지난해 7월 리비아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315일 만에 풀려난 데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리비아 동부 군벌인 '리비아국민군(LNA)'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출 노력을 해왔다"며 "특히 UAE 정부와 리비아국민군과의 특별한 관계에 기초한 특별한 노력이 좋은 성과에 기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칼리파 하프타르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리비아국민군은 주로 리비아 동부지역에 근거에 세력을 구축했으나, 최근 수도 트리폴리로 진격하면서 리비아 내 세력을 확대해 나간 게 이번 석방 협상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인 피랍자 구출을 위해 리비아국민군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UAE정부에 'SOS'를 요청했고, UAE는 리비아국민군을 상대로 피랍자 석방을 위한 노력을 전개했다는 것이다.

주씨는 20년 넘게 리비아 수로관리 회사인 ANC에서 근무해왔으며 지난해 7월 6일(현지시간)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는 필리핀인 3명과 함께 무장괴한 10여명에게 납치당해 10개월 넘게 인질로 잡혀있었다.

정부는 주씨 등을 납치한 세력을 "리비아 남부지역에서 활동하는 범죄집단"으로만 표현했을 뿐 이들 세력의 성격과 납치 목적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는 연관이 없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납치 단체와 석방금 등을 포함하는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게 대원칙"이라면서도 "상세한 석방 조건 등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와 관련, 작년 리비아 현지의 일부 언론은 리비아 무장세력이 조직 핵심인사의 석방을 목적으로 한국인 등을 납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리비아는 지난 2014년부터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됐지만 주씨는 생계유지 등을 이유로 정부 허가 없이 리비아에 체류하던 중 납치를 당했다.

정부는 피랍사건 이후 리비아에 체류하던 38명에게 철수를 요청했고, 끝까지 리비아를 떠나지 않은 4명에 대해서는 여권을 무효화 하고 이들을 여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외교부는 주씨를 여권법 위반 혐의로 따로 고발조치를 하지 않을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자발적으로 리비아를 떠난 이들을 따로 고발하지 않은 전례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주씨를 석방하기 위해 지난해 한때 리비아에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을 보냈으며, 한-리비아 외교장관 회담·한-리비아 총리 간 전화통화·특사 및 정부대표단 파견 등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피랍은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다 582일 만에 풀려난 제미니호 한국인 선원 피랍사건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피랍기간이 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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