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오른쪽)가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오른쪽)가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새 원내대표에 재선의 오신환 의원(49·서울 관악을)이 15일 선출됐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운영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했던 오 신임 원내대표 당선으로 패스트트랙을 고리로 한 여야 4당(자유한국당 제외) 공조가 깨질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신환 “공수처법 민주당안 통과 안돼”

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에서 24표 중 과반을 얻어 친손학규(호남)계 지지를 받은 김성식 의원(재선·서울 관악갑)을 눌렀다. 유의동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오 원내대표의 득표수가 과반인 13표가 되자 개표를 중단하고 오 원내대표 당선을 선언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개표가 더 진행됐다면 오 원내대표의 득표수는 15~16표에 이르렀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여야의 극단적 대결로 국회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바른미래당이 정국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간 갈등을 풀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안팎에선 바른정당(친유승민)계인 오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공조’가 와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바른정당계는 패스트트랙 추진에 반대하며 김관영 전 원내대표의 자진 사퇴를 이끌어냈다. 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은 국회법에 따라 처리가 된 것이어서 제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공수처 처장과 차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 법안은 통과돼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패스트트랙 4법’ 중 민주당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공수처 법안에 ‘비토’를 놓겠다는 것이다. 패스트트랙 지정에 찬성했던 임재훈, 채이배 의원은 이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직을 사임했다.

오 원내대표는 손학규 대표와 민주평화당 등이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이 동의하지 않은 의원 정수 확대는 법안 통과 가능성만 낮출 뿐”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지난 13일 선출된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도 “현행대로라면 선거제 개편안을 부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이 동참하지 않으면 민주당과 정의당의 의석수만으론 과반 확보가 안 돼 선거제 개편안의 본회의 통과가 힘들다.

원내 정치 구도 ‘우향우’

오 원내대표가 정국의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 원내 사령탑에 오른 만큼 국회 내 범보수 연대가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오 원내대표는 지난달 ‘패스트트랙 사태’ 때 한국당과 보조를 맞췄을 뿐 아니라 한국당이 주장하는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1년 확대와 문재인 대통령, 황교안 한국당 대표 간 1 대 1 회담에도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오 원내대표가 ‘자강’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당 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양당 간 연대 논의가 가시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당에서도 ‘대여 투쟁 파트너’로 오 원내대표 당선을 반기는 분위기다. 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이 앞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다만 한국당을 적극 끌어들여 여야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향후 논의 과정에서 상당수 여야 4당 합의 조건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오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1 대 1 회동 제안과 관련해 “대통령이 여야 5당 대표와 1 대 5로 만나도 되고 한국당과만 1 대 1 회담을 해도 된다”며 “그래서 국회가 정상화된다면 제3당 원내대표로서 충분히 양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해서도 “1년으로 하면 좋겠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고 밝혀 민주당의 6개월 안보다는 한국당의 1년 안을 지지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