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9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대로 인상돼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자 올해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시장 안에 있는 분들은 급여가 오르고 소득 격차도 해소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었다”면서도 “자영업자나 고용 시장에서 밀려난 저소득 노동자들에겐 효과가 없었던 점은 참으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일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국회로 돌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영업자 대책이나 근로장려금 문제는 국회의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시차가 생기게 됐다”며 “(어려움을 겪게 된) 당사자들에게는 참으로 송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위원회 이원화의 국회 처리가 안 돼 매우 아쉽다”고도 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최저임금위를 전문가가 참여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에 그친 데 대해 “걱정되는 대목”이라면서도 향후 경기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1.8% 성장했다”며 “올해 목표인 2.5~2.6%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분기 마지막 달인 3월에는 저성장의 원인이었던 수출 부진과 투자 부진이 회복국면을 나타냈다”며 “정부나 한국은행에서도 점점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태에서 만난 데 대한 부담이 없었냐는 질문에 “재벌성장으로의 회귀, 재판을 앞두고 좀 그런 것 아니냐는 비판을 예상했다”며 “하지만 그렇게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재벌 만나면 친재벌이고, 노동자 만나면 친노동이냐”며 “재판 앞두고 만났다는 것에 대한 비판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