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교착 등에도 비핵화 협상 제 궤도 올리려는 의지 피력
동북아 평화 촉진·유라시아 협력 등 한반도 평화 당위성 강조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미 간 대화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번 한반도 평화를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7일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세계를 지키고 서로의 것을 나누면서 평화의 방법으로 세계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미관계가 다시 소원해지면서 비관적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으나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흔들림없이 가져가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변화의 최종 목적지를 한반도의 냉전적 갈등과 분열이 해체돼 평화와 공존, 협력과 번영의 새 질서로 대체된 '신(新)한반도 체제'로 정의했다.

문제는 현 상황이 변화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기고문의 마지막에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그러하듯, 괴테가 남긴 경구처럼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도 않고'"라고 적었다.

이런 언급은 지난달 27일 4·27 정상회담 1주년 기념 문화공연에서 상영된 문 대통령의 메시지 속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문 대통령은 당시 메시지에서 "우리 모두, 또 남과 북이 함께 출발한 평화의 길"이라며 "큰 강은 구불구불 흐르지만 끝내 바다에 이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잇단 발언은 교착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대화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新한반도체제 사수 의지 文대통령…"서두르지 않고 쉬지도 않고"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핵 담판'이 결렬된 원인을 분석해 온 문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으로 건너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본격적인 촉진자 역할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지속해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견해차를 좁혀 재차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구체적인 답 없이 러시아로 향해 북러 정상회담에 임했고 가속화하는 북러 밀착은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렇듯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했던 시기에 흔들림 없이 한반도 평화를 추진해 '한반도의 봄'이 왔음을 상기시켰다.

문 대통령은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는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작은 걸음이라도 나아가는 게 낫다'고 했다"면서 "무언가 시작하지 않으면 국민의 열망을 이룰 수 없었다"고 역설했다.

즉, 비핵화 대화에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숨 고르기'를 할 수는 있어도 종국에는 북미 간 대화를 본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한 것을 두고 미국이 비난을 자제한 채 대화에 무게를 두는 상황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도 결국은 현 수준까지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킨 '톱다운' 방식으로 해법을 마련할 공산이 커 보인다.

문 대통령은 기고문에서 한반도 평화의 효과를 남북 간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신(新)한반도 체제'가 동북아 및 유라시아의 번영과 연계될 것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가 동서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에 머무르지 않고 남북으로 뻗어 나가 동북아, 유럽까지 번져갈 것"이라며 "냉전적 갈등 체제가 근본적으로 해체돼 새로운 질서인 신한반도 체제로 대체되는 것이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는 신한반도 체제의 효과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유라시아에 가져다줄 것으로 보이는 경제적 효과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의 당위성을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대화 테이블을 떠나 있는 북미를 다시금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비핵화 대화 재개를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단합된 목소리 역시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반도 체제가 정착돼 남북 간 경제교류가 활성화하면 화해 무드를 기반으로 동북아 평화를 촉진하고 최종적으로는 다자평화안보체제로 발전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관측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